보통 헨리 카우나 아트 베어즈를 이야기 할 때 우리는 프레드 프리스와 크리스 커트러만을 주로 언급한다. 물론 이 두사람이 헨리 카우와 아트 베어즈의 음악 / 사상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음악적으로 볼 때 프레드 프리스 못지 않게 기여를 한 멤버는 팀 호지키슨이다. 헨리 카우의 많은 곡들이 그의 작곡에 의한 것이며 특히 마지막 앨범인 "Western Culture"의 한면은 전부 그의 곡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In Praise of Learning"에 실린 15분 30초의 대곡 'Living In The Heart Of The Beast'(본 앨범을 CD로 소장하고 계신 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 곡은 LP에 수록된 원곡이 훨씬 뛰어나다. CD에 수록된 것은 1985년에 리믹스된 것으로 원곡이 가지고 있는 역동감에 훨씬 떨어진다. 헨리 카우 멤버들에 의해 리믹시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맥 빠진 소리로 변형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는 그가 탁월한 작곡가였음을 여실히 증명해 주는 명곡이다. 헨리 카우의 후신 그룹인 아트 베어즈에 참가하지 않은 그가 1980년에 결성한 그룹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The Work이다.
그와 무명의 신진 멤버 3명으로 구성된 이 그룹의 첫 앨범인 "Slow Crimes"에는 헨리 카우 시절 타 멤버에 의해 억눌려 왔던 그의 창작 의욕이 마음껏 발휘된 작품으로 가득차 있다. 헨리 카우의 음악이 면밀한 작곡과 절제된 리듬에 기초한 이성적인 것이었다면 The Work의 음악은 훨씬 더 육체적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젊은 멤버들의 거친 연주는 헨리 카우의 음악에 비해 보다 직접적으로 자유의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릭 윌슨의 드럼 연주는 이 작품들을 매우 역동적이고 공격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스트레이트한 주법은 펑크와도 연관되어 있어 이 앨범을 헨리 카우 계열의 음악중에서도 매우 독창적인 것으로 평가받게 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헨리 카우 전통의 절제미를 기초로 파괴와 해체, 그리고 육감적인 것들을 조합한, 매우 주목할만한 작품이다.

(글 : 전정기) - 1982년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