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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248
생묘
추천 수 : 42 / 0
조회 수 : 17157
2003.07.19 (00:22:47)
ARTIST:  Renaissance 
COUNTRY:  U.K. 
GENRE:  Symphonic Rock, Progressive Rock, Clasical Rock 
ALBUM:  1969 Renaissance
1971 Illusion
1972 Prologue
1973 Ashes Are Burning
1974 Turn of the Cards
1975 Scheherazade and Other Stories
1976 Live at Carnegie Hall
1977 Novella
1978 A Song for All Seasons
1979 Azure d'Or
1981 Camera Camera
1983 Time-Line
1995 The Other Worman
1997 Live At The Royal Albert Hall With The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Part 1
1997 Live At The Royal Albert Hall With The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Part 2
1997 Ocean Gypsy
1997 Songs From Renaissance Days
1999 BBC Sessions
2000 'Unplugged' - Live at The Academy of Music, Philadelphia USA
2000 Day of the Dreamer
2001 Tuscany
2001 Can You Hear Me (Live)
2002 Live and Direct
2002 In the Land of the Rising Sun: Live in Japan
2006 British Tour `76
2008 Dreams & Omens: Live at The Tower Theatre, Philadelphia PA 1978 
MEMBER:  Jane Relf(Vocals)
Annie Haslam(Vocals)
Keith Relf(Guitars, Vocals)
Jon Camp(Vocals, Bass)
Michael Dunford(Guitars)
John Hawken(Keyboards)
John Tout(Keyboards)
Mick Taylor(Keyboards)
Louis Cennamo(Bass)
Jim Mccarty(Drums)
Terry Slade(Drums)
Terence Sullivan(Drums)
Gavin Harrison(Drums) 
원본출처:   

sche_ins.jpg

 

  프로그레시브록/아트록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가운데 가장 보편적으로 인지되는 개념은 바로 '록과 클래식의 혼합체'로서의 음악이다. 이는 이 장르의 음악이 태동하던 무렵의 인상적인 실험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선구적인 대열에 있던 몇몇 밴드들의 음악은 사운드의 내용이나 구성에 있어 클래식 작품들에서 차용한 주선율을 주제로 한다든지 - Moody Blues, The Nice, ELP -  대규모 관현악단이나 실내악단을 덩원하여 이전에 없던 새로운 사운드의 표출을 이룬다든지 - The Enid, Barclay James Harvest, Procol Harum, Deep Purple - 하는 등의 시도들은 장르의 개념 확립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소위 클래시컬 록으로 불리던 이러한 음악들이 지니는 특유의 서정성은 많은 음악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지만, 반면 단순히 '표면적인' 감성만으로 일관되던 이 음악의 한계는 너무도 명백한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그룹들은 다른 방향으로의 음악적 변화를 꾀하며 나름대로의 진보의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극소수의 예외적인 이들을 제외하고는.

1. 르네상스 그리고 애니 헤이슬럼

  클래시컬 록의 대명사격으로 군림하며 데뷔 이래 25년이 넘는 세월동안 하나의 음악 노선을 견지해온 그룹 Renaissance는 그 음악 스타일 하나만으로 여타 그룹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을 가진 밴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르네상스의 음악이 지니는 가장 큰 매력이라면 낭만파 클래식 음악의 영향을 받은 듯한 아름다운 선율과 부드러운 사운드, 그리고 록과 재즈, 포크 등의 요소를 포함한 화려하면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악곡의 전개 등이라 할 수 있다. 확실히 이들의 음악은 텐션과 파워 등의 측면에서 동시대의 다른 록 그룹들의 사운드와 동떨어져 있었으며, 심지어 에니드나 네덜란드의  Trace, Ekseption 등과 같은 클래시컬 록의 범주에 포함되는 밴드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귀에 쉽게 들어오는 서정적이고 맑은 음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70년대 초, 중반) 유행하던 프로그레시브 음악의 영향력 아래에서 그 구성을 따르면서도 난해하거나 복잡하지 않은 사운드를 이루었던 이들은 밴드 자체가 지니던 구조적인 모순 탓으로 득과 실을 동시에 떠 안고 있어야 헸다. 그것은 바로 르네상스라는 그룹의 정체성 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요소, 애니 헤이슬럼이다.
굳이 '구조적인 모순'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아트록 그룹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보컬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는 분명 보컬리스트의 카리스마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듯한)여러 그룹들, 즉 예스나 제네시스, 카멜 등의 경우와는 다르다. 예컨대 존 앤더슨의 환상적인 보컬 하모니가 예스라는 그룹의 이미지를 대표한다고는 해도 그것인 공인된 뛰어난 뮤지션 집단의 일원으로, 철저한 계산 하에 구축된 사운드의 바탕위에서 하나의 뚜렷한 색깔을 제시하는 역할을 떠 안고 있는 것이요, 다른 밴드들에 있어서도 '싱어'라는 개념보다는 작곡가와 연주인의 개념으로서 프런트맨의 자리를 겸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르네상스는 애니 헤이슬럼이라는 탁월한 보컬리스트 1인을 위해 존재하는 밴드인 양, 모든 시선이 애니에게로 향해지고 밴드가 마치 '애니 헤이슬럼의 르네상스'인 것처럼 보여지게끔 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실험'보다는 정립된 한 스타일의 완성을 추구하는 음악성향이 대부분의 앨범들을 엇비슷한 사운드로 일관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하늘에 내려준 지극히 아름다운 소프라노의 목소리는 그룹으로서는 크나큰 선물이기도 했지만 결국 밴드는(작곡과 연주력에 있어서 결코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녀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밴드가 지닌 이러한 핸디캡들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는 까닭도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정말로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뱃사람을 유혹하는 요정 사이렌의 그것과도 같이 듣는 이를 강한 흡입력으로 빨아들이는 게 아닌가!
  애니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밴드에서만 빛을 발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밴드의 전성기인 '77년에 솔로 데뷔작 Annie In Wonderland를 발표한 이래 지난 '94년까지 네 장의 정규 솔로앨범을 발표하여 자신의 매력을 과시했으며, 다른 많은 뮤지션들과의 교류와 협연, 그리고 왕성한 활동으로 지치지 않는 음악에의 열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곡을 쓰며 자신의 예술적 가치관을 드러내는 싱어 송라이터가 아니다. 결국 음악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그녀의 동반자는 '르네상스'라는 밴드였고, 그녀의 목소리가 가장 화려한 빛을 내뿜었던 때는 역시 밴드의 전성 시절인 '72년에서 '78년에 이르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아래에 열거되는 애니의 솔로 앨범들은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 그리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보다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멜로디와 아름다운 목소리의 향연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품들이다.

Annie In Wonderland
 33134336.jpg  르네상스의 걸작 Novella의 발표 이후 곧바로 공개된 애니의 첫 솔로 앨범인 Annie In Wonderland는 그녀의 지명도나 참여 뮤지션들의 이름에 비해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작품이다.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의 전신 그룹인 Move를 이끌었던 Roy Wood에 의해 기획되고 제작된 이 앨범은 의욕만을 앞세운 채 제대로 정돈되지 못한 작품이라는 인상을 준다.
  애니가 들려주는 예의 소프라노 보컬은 여전히 아름답게 곡들을 수놓지만 어딘지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까닭은 아마도 곡들 자체의 완성도 탓일 것이다. 하지만 Rockalise에서 그녀가 들려주는 맑은 천상의 화음과 스트링 오케스트레이션의 조화, 그리고 드보르작의 '신세계'에 곡을 붙인 Going Home의 서정성은 최상의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로이 우드가 기타, 건반악기, 관악기, 타악기 등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해주고 있으며, 르네상스의 동료 John Camp가 몇몇 곡에서 베이스를, 이후 Hooked On Classics시리즈로 유명해지는 루이스 클락이 스트링 어레인지먼트를 담당했다.

2. 르네상스의 발자취
  그룹 르네상스는 참으로 독특한 역사를 갖는 밴드다. 이들은 최초의 그룹명이 사용된 이래 두 번의 커다란 멤버 변동을 겪었으며 그 때마다 다른 세 명의 여성 보컬리스트들을 내세웠다. 그리고 사운드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보컬리스트와 멤버의 변동에 따라 밴드는 편의상 1,2,3기로 구분되어지며, 일반적으로 이 그룹을 지칭할 때는 애니 헤이슬럼이 재적하던 2기 르네상스를 생각하면 된다(사실상 3기 르네상스는 사운드와 곡의 진행 면에서 밴드의 본령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 전혀 별개의 그룹으로 여겨도 별 무리가 없을 듯하다).

2-1. 1기 르네상스, 해산 후의 다양한 활동
  1기 르네상스의 시작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야드버즈의 해체로부터 비롯되었다.
메인스트림 록의 계보를 보자면 야드버즈는 에릭 클랩튼과 제프 벡, 지미 페이지라는 3인의 걸출한 기타리스트를 배출한 그룹이요, 해상과 더불어 레드 제플린의 전신격인 뉴 야드버즈로 재탄생한, 록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밴드로 기록된다. 그리고 대다수의 록 팬들은 여기까지 만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뉴 야드버즈가 록의 새로운 부흥을 예고하며 레드 제플린이라는 거대한 몸짓으로 거듭나려 할 즈음, 다른 한켠에서는 그와는 전혀 별개의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
  1968년 초, 야드버즈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키스 렐프와 드러머인 짐 맥카티는 어쿠스틱 밴드 투게더를 결성하여 콜럼비아 레코드를 통해 한 장의 싱글을 발표하는데, 이들은 이듬해에 새로운 멤버들을 모아 정식 그룹을 출범시킨다. 르네상스라는 이름의 이 그룹은 이들 둘 외에 로컬 그룹 내시빌 틴스출신의 키보디스트인 존 호큰과 베이시스트인 루이스 세나모, 그리고 키스의 여동생인 보컬리스트 제인 렐프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이들은 같은 해에 아일랜드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셀프 타이틀의 데뷔 앨범을 발매한다.

-Renaissance 1969/Island
ren1st_2.jpg   앨범의 프로듀스는 야드버즈의 베이스스트였던, 그리고 이후 캣 스티븐스나 올 어바웃 이브 등의 앨범 제작자로 이름을 떨치게 되는 폴 샘웰 스미스가 담당했다. 이 앨범은 야드버즈 시절의 음악과는 판이한, 여러 클래식 소품들에서 차용한 멜로디와 클래시컬한 서정성을 내세운 사운드로 가득한 작품이었고 영국 차트 60위에 오르는 등 소폭의 성공을 거둔다. 10분이 넘는 두 곡의 대곡을 포함하여 총 다섯 곡을 수록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존 호큰의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연주가 빛을 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곡들에서 이들 특유의 서정성이 잘 나타난다. 영국 외의 유럽 지역에서 앨범 타이틀로 쓰이기도 했던 첫 곡 Kings And Queens와 이들의 초기 명곡으로 자리할 만한 Island는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기도 하다. 그룹의 독창적인 음악적 성향과 앞으로의 방향을 확고히 드러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Illusion 1971/Island
renill_2.jpg   같은 라인업에 의해 녹음된, 데뷔작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이은 두 번째 앨범은 영국이 아닌 독일에서 발매되었다. 전작에 비해 완성도 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이 앨범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밴드는 이미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1970년, 밴드의 유럽 투어가 시작될 즈음 짐 맥카티가 그룹을 떠났으며 키스와 루이스는 머리 속에 새로운 밴드를 구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밴드가 완전히 해산되기 전에 짐은 그의 친구인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마이클 던포드를 새로운 멤버로 맞이한다. 그는 이전에 존 호큰과 함께 내시빌 틴즈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재능있는 뮤지션이었으며 앨범의 수록곡 Mr. Pine에서 기타 연주를 들려주었다. 또한 이후 르네상스이 모든 가사를 쓰게 되는 콘월 주의 여류 시인이자 제인렐프의 친구인 베티 대처가 이 앨범부터 참여하는데, 국내에서 크게 사랑받았던 Golden Thread와 Past Orbits Of Dust의 가사를 담당했다. 제네시스와 반 데어 그라프 제너레이터등의 앨범 커버로 유명한 폴 화이트헤드의 커버 아트가 돋보이는 이 앨범을 끝으로 밴드는 해체되고 멤버들은 각기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존 호큰은 스푸키 투쓰에서 활동을 하다 Strawbs에 가입하여 두 장의 걸작 - Hero And Heroin과 Ghosts에 참여를 하며, 짐 맥카티는 '73년에 자신의 그룹 Shoot를 결성하여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한다. 루이스 세나모는 Colloseum에 잠시 참여한 후 자신의 그룹 Axis를 결성하여 활동을 하다 하드 록 그룹 Steamhammer에 가입한다. 그리고 루이스는 다시 키스 렐프와 만나 '74년 스팀해머의 기타리스트 Martin Pugh와 블루스 사이키델릭 밴드 Captain Beyond의 드러머였던 Bobby Caldwell과 함께 강한 헤비록 성향의 그룹 Armageddon을 결성하여 셀프 타이틀의 앨범을 발표한다.
1976년 5월,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자신이 연습실에서 새로운 곡들의 리허설을 하던 키스 렐프가 기타 연주 도중 감전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그리고 1977년, 르네상스의 오리지널 멤버들인 짐 맥카티와 루이스 세나모, 존 호큰, 그리고 제인 렐프는 폴 샘웰 스미스와 함께 새로운 그룹을 위하여 다시 모였다. 이들은 Third World War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John Knightbridge와 Strange Days의 드러머 Eddie Mcneil 등 두 멤버를 보강하여 두 번째 앨범으 타이틀이기도 한 Illusion을 밴드명으로, 역시 같은 성향의 두 앨범 Out Of The Mist 1977 와 Illisuon 1978을 발표한다. 1979년에 녹음된 세 번째 앨범 Enchanted Caress는 1990년에 와서야 발매될 수 있었다.

2. 2기 르네상스, 전성기 그리고 쇠락
  '70년 말, 마이클 던포드를 제외한 르네상스의 모든 멤버들은 그룹을 떠난 상태였고 밴드의 매니저인 John Michelle은 새로운 라인업의 모집을 위해 Melody Maker 지에 광고를 냈다. 그리고 이후 르네상스라는 그룹과 거의 동격으로 역할하는 여성 싱어 애니 헤이슬럼이 모집에 응했고 키스 렐프와 짐 맥카티를 만나 오디션을 치른다.
애니 헤이슬럼은 무려 5옥타브에 달하는 음역을 지닌, 아름다운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정식으로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은 재원으로 당대의 유명한 오페라 가수인 Sybil Knight로부터 교육을 받은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Illusion을 수록곡 Past Orbits Of Dust에 세션으로 참여했던 베이시스트 Neil Korner와 드러머 Terry Slade, 보컬리스트 Terry Crowe는 마이클 던포드, 키보디스트 John Otut와 애니 헤이슬럼과 함께 새로운 르네상스의 투어를 시작한다. 하지만 밴드의 매니저였던 Miles Copeland - 폴리스의 드러머 Stewart Copeland의 형인 - 은 그 라인업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새로운 오디션을 통해 베이시스트를 존 캠프로, 드러머를 Terence Sullivan으로 교체해 2기 르네상스가 정식으로 출범된다.
  마이클 던포드가 작곡과 제작에만 전념하기를 원했던 까닭에 그의 자리는 젊은 기타리스트 Mick Parsons가 대신하였다. 하지만 그는 첫 앨범의 녹음 직전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결국 새로운 기타리스트 Rob Hendry가 앨범에 참여하여 연주를 들려주게 되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2기 르네상스의 데뷔작이자 믹 파슨즈에게 바쳐진 앨범인 Prologue가 Sovereign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다.

-Prologue 1972/Sovereign
 prologu2.jpg  Illusion 앨범에서부터 밴드와 인연을 맺은 이래 르네상스의 모든 가사를 쓰게 되는 베티 대처와 밴드와의 관계는, 초기 킹크림슨-피트 신필드-나 프로콜 하럼-Keith Reid, 후기 카멜-Susan Hoover 등의 관계와 같은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데, 베티 대처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가사 역시 르네상스를 특징짓는 커다란 요소로 자리한다. 6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짐 맥카티가 작곡한 2곡과 마이클 던포드가 쓴 4곡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의 걸작들에 비해 그다지 돋보이는 곡들은 보이지 않지만, 존 타우트의 현란한 건반과 애니의 스캣이 돋보이는 타이틀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곡에서 주제를 차용한 Kiev, Sounds Of The Sea 등의 아름다운 선율의 진향을 주목할만한 것이었다. 이전의 제인 렐프에 비해 보다 고음역을 오가는 청아한 애니 헤이슬럼의 모소리는 가장 돋보이는 요소이며, 디자인 그룹 Hipgnosis 특유의 감각이 잘 표현된 커버 아트워크 역시 인상적이다.

 

 


-Ahses Are Burning 1973/Sovereign
ashes_uk.jpg   Prologue의 발표 이후 롭 헨드리는 밴드를 떠나고, 밴드 최초의 걸작으로 인정되는 앨범 Ashes Are Burning이 발표된다. 전작에 비해 웅장한 맛이 사라진 대신 어쿠스틱한 서정성이 더욱 및을 발하고 있는 이 작품을 명곡 Can You Understand?와 Carpet Of The Sun, Ashes Are Burning, 그리고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소품 Let It Grow 등이 수록된 멋진 앨범이었다. 각 곡들에서 드러나는 클래시컬한 감성은 보다 '구체적인'미적 감흥을 전해주고 있으며, 특히 일렉트릭 악기들과 병행되는 오케스트레이션의 효과는 그룹을 정체성을 무엇보다도 잘 말해주고 있다. 타이틀 곡에서의 기타는 Wishbone Ash의 기타리스트 Andy Powell의 솜씨이다. 이 앨범이 발매되기 직전, 밴드의 '아웃사이더'였던 마이클 던포드가 정식으로 가입을 한다.



-Turn Of The Cards 1974/BTM
turn2.jpg   1974년 그룹의 매니저인 마일스 코플랜드는 자신의 레이블 Btm을 설립했고, (당연한 일이지만) 밴드의 세 번째 앨범은 이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었다. 보다 많이 방송이 됨으로써 유럽과 미국에서 유례없는 성공을 가져다 준 최초의 앨범인 이 작품과 전작과의 차이라면, 보다 스케일이 커지고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을 꼽을 수 있다. 특히 9분여의 대작 Mother Russia의 정적인 동시에 드라마틱한 전개는 그들의 어느곡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음악적 완성도를 표출하고 있으며 관악, 현악과 타악기, 그리고 애니의 소프라노가 이루는 멋진 조화는 흔치않은 감동을 전해준다. Ocean Gypsy와 더불어 국내의 심야 방송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편곡한 Cold Is Being의 우르간 연주에 실린 애니의 Nrdus한 목소리 또한 오랫동안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Scheherazade And Other Stories 1975/BTM
scheher2.jpg   이들의 곡 중 가장 짙은 실험성을 지니는 곡을 꼽으라면 바로 이 앨범에 수록된 24분 여의 조곡 Song Of Scheherazade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총 아홉 개의 파트로 이루어진 이 곡은 원래 근대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셰헤라자데'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사실상 작곡에 참여한 밴드의 멤버들인 마이클 던포드와 존 타우트, 존캠프의 역량이 집결된 걸작이다. '천일야화'의 화자이자 잔인한 술탄의 현명한 아내인 셰헤라자데의 이야기를 이토록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역시 이들의 탁월한 재능이다. 이 한 곡만으로 앨범은 가치를 지니지만 국내에서 유달리 사랑을 받았던 Ocean Gypsy의 아름다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많은 팬들과 평론가들이 인정하듯 최고의 클래시컬 록 앨범으로 평가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이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4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밴드는 맨체스터, 버밍햄, 런던, 뉴욕 등지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하는 등 클래시컬 록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미국에서 밴드의 인기는 절정에 올라 있었다. 뉴욕의 Wnew-Fm 방송이 뽑은 '75년도 최고의 아티스트 Top 5에는 르네상스가 포함되어 있었고, Record World 지는 그 해의 베스트 보컬리스트로 애니 헤이슬럼을 선정했다. 바야흐로 밴드의 전성기가 시작된 것이다.

-Live At Carnegie Hall 1976/BTM
carnegi2.jpg   로열 앨버트홀에서의 공연과 로열 필하모닉과의 협연 등 가장 주목되는 공연들 중, 1975년 6월 20일에서 22일에 걸친 3일간의 콘서트는 밴드로서나 팬들에게 있어 결코 잊을 수 Dqjt는 것이었다.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뉴욕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행해진 이 라이브는 그들의 모든 것을 거의 완벽하게 표출한 훌륭한 공연이었다. 이듬해에 두 장의 Lp로 발매된 카네기 홀 실황 앨범에는 Mother Russia, Can You Understand?, Ocean Gypsy, Carpet Of The Sun 등 명실공히 밴드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애니 헤이슬럼의 뛰어난 보컬은 물론 멤버들의 탁월한 연주력이 돋보이는 이 앨범은 아트 록 라이브 걸작들 중 하나로 꼽힌다. 역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단 두 곡이 담긴 두 번째 Lp라 할 수 있는데, 특히 30분 가까이 연주되는 조곡 Scheherazade와 존 캠프의 멋진 베이스 즉흥 연주를 포함하여 원곡의 2배 이상 늘려 연주된 Ashes Are Burning은 이들을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으로 일컫는 까닭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Novella 1977/Sire
novella2.jpg   성공의 가도를 달리던 밴드는 결곡 메이저 레코드 회사인 워너 브라더스와 계약을 맺고 그 첫 작품으로 Novella를 발표한다. 르네상스의 골수 팬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이 앨범을 밴드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여러 측면에서 앨범이 지니는 의미는 각별하다. 우선 기존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클래식 소품과도 같은 사운드에 가해진 변화를 들 수 있다. 즉 보다 탄탄해지고 짜임새 있는 구조 하에서 더욱 '심포닉 프로그레시브'에 근접한 면모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각 곡들의 코러스 부분과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각종 키보드 사운드들을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애니의 목소리에는 청아한 아름다움만으로 일관되지 않는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치솟는 듯한 '힘'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 수려한 멜로디와 맑은 하늘에 덧칠한 푸른색 물감과도 같은 짙은 감흥은 여전히 강한 향내를 뿜는다. 처치마우스(Churchmouse)라는 이(또는 집단)에 의해 그려진 동화적인 분위기의 커버 아트워크 또한 이들의 모든 작품들 중 최고의 자리에 위치할 만 하다. 이 앨범을 끝으로 밴드는 마일스 코플랜드와 결별하고 뉴저지 출신의 유명한 프로모터인 John Scher와 계약을 맺는다.

-A Song For All Seasons 1978/Sire
asong2.jpg   베이시스트인 존 캠프의 작곡가로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작용된 이 앨범은 밴드의 사운드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우선 그 동안의 모든 앨범들이 (라이브 앨범을 제외하고) 여섯 곡 이상의 수록곡을 갖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여덟 곡이라는 수록곡의 수는 어떠한 의미에서는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시대의 조류는 이미 고전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른바 새로운 물결(New Wave)은 기존의 뮤지션들에겐 하나의 도전이었고 응징이었다. 르네상스의 경우, 그 시작은 이 앨범에서 이루어졌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사용되었지만 옛 사운드와의 연계성은 사라져가고, 보다 파퓰러한 감성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타이틀 곡을 비롯, 존 캠프가 리드 보컬을 맡은 Kindness(At The End)나 Abba의 선율을 연상케 하는 Back Home Once Again, 영국 차트 10위를 기록한 싱글 Nothern Lights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애니의 솔로 앨범에서 함께 작업한 바 있는 루이스 클락이 오케스트레이션을 담당했다.

-Azure D'Or 1979/Sire
azure2.jpg   이제 르네상스의 음악은 완전히 변했다. 밴드는 당시의 유행을 좇아 더욱 많이 팔기 위한 대중적인 노선을 택했고, 열 곡의 수록곡들은 모두 방송에 적합한 러닝 타임을 가지게 되었다. 오케스트레이션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위해 더욱 다양한 키보드 신서사이저를 사용하였다. 애니의 목소리는 '천상의 아름다움'대신 평범한 팝 가수의 그것과 같은 분위기를 이루었고 그 이름도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클래식'적인 요소는 Golden Keysks Forever Changing, The Discovery등에서의 미약한 향기를 제외한다면 거의 제거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완전한 실패. 적어도 밴드의 옛 팬들에게 새로운 변화는 너무도 낯설었던 것이다.

 


  1980년의 짧은 이스라엘 투어에서 돌아온 후, 키보디스트 존 타우트는 음악계와 투어의 연속인 삶에 회의를 느끼고 밴드를 떠난다. 드러머인 테리 설리반 역시 그의 오랜 친구인 존 타우트를 따라 오랜 그룹 활동을 중단한다. 설상가상으로 워너 브라더스 사는 Azure D'Or의 저조한 판매고를 이유로 이들을 매몰차게 등지고, 멤버들은 각자의 활동에 들어선다. 존 캠프는 Roy Wood의 밴드인 Helicopters에 가입했으며, 애니 헤이슬럼과 마이클 던포드는 키보디스트 Peter Gosling을 맞이하여 새로운 그룹 Nevada를 결성했다. 이들은 Polygram과 계약을 맺고 두 장의 싱글을 발표하여 소폭의 히트를 기록한다.

-Camera Camera 1981/IRS
camera2.jpg   1981년, 또 다시 르네상스의 결합을 원했던 마이클과 애니, 존 캠프는 피터 고슬링과 드러머 Peter Barron을 영입하여 새로이 밴드의 진용을 갖춘다. 당시 이들의 옛 매니저인 마일스 코플랜드는 폴리스, Go-Go'S 등이 소속된 뉴 웨이브 전문 레이블 Irs를 운영하고 있었고, 밴드는 새로운 레이블을 토앻 새 앨범 Camera Camera를 발표한다. 이제 예전의 모습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완전한 뉴 웨이브 밴드로 변한 이들은, (단순히 컴백에 대한 일시적인 호감이었을 뿐일지라도) 예상외로 팬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는다. 앨범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약간의 상업적 성공도 거두었다. 여러 면에서 Azure D'Or에도 훨씬 못 미치는 작품이지만 어쨌든 이 앨범은 잠시 동안 빌보드에 오르기까지 했다.

 


-Time-Line 1983/IRS
timelin2.jpg   2기 르네상스의 마지막 앨범은 '83년에 발표된 Time-Line이다. 전작에 비해 비교적 다채로운 음악 스타일을 보이는 이 앨범에는 록, 댄스에서 발라드까지 담겨있지만 여전히 형편없는 졸작에 그쳤다. 특기할 만한 것은 베티 대처마저 그룹을 등지고 존 캠프가 몇몇 곡들의 가사를 담당했다는 사실 정도이다. 상업적인 실패를 기록했음은 물론 최악의 혹평을 받았던 앨범이다. 이후 이 3인은 다른 멤버들의 모집을 위해 또 다시 멜로디 메이커에 광고를 내는 등 옛 영광을 되찾으려 애를 쓰지만 결국 각자의 길을 위해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3. 3기 르네상스, 새로운 시작?
  밴드의 해산 후에도 마이클 던포드는 베티 대처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해오고 있었다. 이들은 한 뮤지컬 세션 녹음 도중 미국인 여성 보컬리스트 Stephanie Adlington을 만났고, 몇 주 후 마이클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르네상스의 '78년도 앨범 A Song For All Seasons에 수록되었던 히트곡 Northern Lights의 새로운 버전의 녹음을 부탁한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르네상스의 출발은 알리는 신호였다.

-The Other Woman 1995/HTD
cover_2161422122007.jpg   마이클과 베티는 '94년 한해 동안 새로운 곡들의 음악과 가사를 써왔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새로운 르네상스의 앨범을 위한 준비였고, 애니 헤이슬럼을 대신할 수 있는 스테파니 애들링턴과 베이스에 필 Phil Mulford, 드럼에 Dave Dowle, 기타에 Stuart Bradbury 와 키보드와 프로그래밍에 Andy Spillar 등 밴드는 완전히 새로운 라인업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마이클 던포드는 어쿠스틱 기타를 맡았다. The Other Woman이라는 타이틀이 암시하듯, 새로운 밴드는 보컬리스트 스테파니에 많은 부분을 집중하고 있었다. 웨스트 버지니아 출신의 스테파니는 '80년대의 풍성한 대중음악적 토양 위에서 자랐으며, 로체스터의 Eastman School Of Music과 런던의 Royal Academy Of Music에서 정규음악교육을 받았다. 그녀의 음악적 소양은 확실히 '90년대의 감성에 어울리는 파퓰러한 것이었고 그것은 신생 르네상스의 음악에 고스란히 투영이 된다. 그녀에 대한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새 앨범의 사운드는 평범한 팝 록에 그치고 말았다. 애니 헤이슬럼의 '94년작 Blessing In Disguise에 수록되었던 Love Lies, Love Dies의 잔잔한 멜로디와, 완성도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업템포의 흥겨운 곡 Northern Lights정도에 관심이 갈 뿐이다.

3기 르네상스의 시작은 아쉽게도 그 지속성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해주지 않았다. 아련한 옛 향기의 추억은 거두어졌고, 마치 숲이 있던 곳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듯 완전한 변화의 흔적만이 같은 자리에 남았다. 물론 '97년도에 발표된 앨범 Ocean Gypsy를 통해 스테파니가 다시 들려줬던 옛 르네상스의 곡들은 그녀의 가능성에 대한 어떤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문제는 그런 류의 음악과 시대 사이의 괴리이다. 만일 이들이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그것이 지니는 모양새와 향기는 과거와는 별개로 진화할 것이다. 이제 '클래시컬 록 그룹'으로서의 르네상스는 완전히 사라졌다. 하나의 이름은 그것이 내포하는 색깔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양, 다른 의미로서 역할했고, 받아들여졌다. 애초의 그 이름처럼 그것이 또 다른 모양과 새로운 방식으로 '부활'하게 될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다.

글 / 김경진

원문출처 (GMV 1998년 1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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