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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6390
2010.05.22 (04:19:41)
Ratings: 
 
ARTIST:  Pierrot Lunaire 
ALBUM TITLE:  Gudrun 
YEAR:  1977 
COUNTRY:  Italy 
GENRE:  Prog Folk 
LABEL:  It 
TRACKS:  1. Gudrun (11:27)
2. Dietro il silenzio (2:35)
3. Plaisir d'amour (4:43)
4. Gallia (2:11)
5. Giovane madre (3:47)
6. Sonde in profondit (3:33)
7. Morella (5:01)
Bonus on CD
8. Mein Armer Italiener (5:15)
9. Gudrun (previously unreleased) (6:48)
10. Giovane madre (previously unreleased) (3:48) 
MUSICIANS:  - Arturo Stalteri / piano, organ, spinet, cembalo, synth, Glockenspiel, acoustic guitar, recorder, tambourine, violin
- Gaio Chiocchio / electric & acoustic guitar, mandoline, harpsicord, synth, Shaj Baja, zither tirolese, sitar, bell
- Jacqueline Darby / voice
- Massimo Buzz / drums (5, 7, 8) 
원본출처:  http://koreanrock.com/wiki.pl?PierrotLunaire 

필자가 프로그레시브록을 처음 접하였을 당시 소위 ‘프로그레시브록’이라고 하면 키보드 사운드가 많이 들어간 실험적인 음악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따라서 요즈음 아트록으로 통용되는 많은 부류의 음악들, 예로 브리티쉬 하드록이나 포크록 등은 프로그레시브록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독일의 아방가르드록이나 전자음악, 혹은 명상음악들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핑크 플로이드나 킹 크림즌 등의 수퍼 그룹들을 제외한다면). 이러한 시기가 지난 후 언제부터인가 이탈리안록이 거의 프로그레시브록의 전부인냥 행세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뉴트롤즈를 시발로 반코와 R.D.M., Q.V.L., 등… 이러한 경향은 사실 일본의 경우와 매우 흡사한 양상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70년대 말 탁월한 진보음악 전문 잡지 ‘Fool’s Mate’를 중심으로 독일의 전위록과 전자음악, 그리고 영국의 실험음악들이 일본 아트록 매니어들 사이에서 풍미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80년대 초, 일본 King 레이블을 통해 재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이탈리안록은 서서히 일본 아트록 매니어들 사이에서 붐을 형성하기에 이른다(물론 이전에도 광적인 매니어들 사이에서는 이탈리안록이 상당한 인기였지만 대부분의 오리지날 음반이 상당한 고가로 일반적인 매니어가 그 음반을 사서 청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튼 이탈리안 록이 국내 음악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었음에 틀림 없지만 이러한 와중에서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현악기 연주가 포함된 서정적인 사운드에만의 편식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사람의 귀라는 것은 매우 간사한 것이라서 달콤한 것에 한번 익숙해지면 그밖의 다른 ‘쓴’ 소리에는 아예 접근하려 하질 않는다. 누가 무어라 해도 필자는 예술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 중 하나이다. 예술은 작가와 그의 작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감상자가 개입된다. 작가-작품-감상자의 삼각관계의 일정한 균형과 긴장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술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로서의 ‘효용성’(‘실용적’이라는 의미가 아님)은 사라지고 말며 변증법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감상자 나름대로의 훈련과 노력은 한 시대의 예술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며 이것은 예술에 대한 일종의 예의이며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예의’이다(우리나라의 총체적인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가 결핍된 사회라는 데서 출발한다). 사실 내지를 쓰는 이 순간, 단지 ‘서정적이고 달콤한 것, 혹은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재고로 창고에 쓸쓸히 처박혀 있는, 하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 여러 작품들이 필자의 눈 앞을 지나간다. 진정 예술적인(Art), 진보적인(progressive) 록(Rock) 음악의 보급을 시도하기 전에 ‘구입자의 귀에 맞을 것인가 그들에게 그다지 달콤하지는 않을텐데…’라고 재고해야만 하는 보급자의 굴욕감을 음반을 구입하는 많은 분들이 아실지 모르겠다.

이탈리안 아트록의 이단들

이탈리안 아트록이라고 하면 서정적인 클레시컬 록이나 심포닉 록 혹은 하드록만을 연상하실 분이 많이 계실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이러한 통례에서 벗어나는 실험적인 작가들도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와 현대를 넘어 아트록의 새로운 인식을 제시한 Opus Avantra, 민속적인 것과 재즈, 그리고 공격적이나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작품을 선사하였던 Area, 정치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은 분리될 수 없다는 기치하에 자본주의의 예술산업에 반기를 든 저항파 록(R.I.O-Rock In Opposition) 집단의 멤버 Stormy Six, 실험에 깃든 여유와 유모어를 ‘실험’한 Picchio Dal Pozzo, 이탈리안 전자 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준 Sangiuliano 등… 모두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 진보적인 록 음악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많은 청자들 사이에서는 ‘어렵다’ 혹은 ‘귀에 잘 들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냉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예로 국내에서 라이센스화 되었지만 심한 모멸감을 맛보았던 Picchio Dal Pozzo의 작품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한장이라도 더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었다는 이 기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외국의 예를 든다는 것 자체가 필자 자신도 매우 마음 내키지 않는 것이지만 이것만은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보급자는 이 ‘천민 자본주의’를 상대로 의미 있는 모험을 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 도구는 바로 실험적 이탈리안 아트록의 꽃 Pierro Lunaire의 「Gudrun」이다.

17세의 천재소년 Arturo Stalteri가 결성한 그룹 Pierrot Lunaire 12음 기법으로 모더니즘 음악의 시대를 연 작곡가 쇤베르크의 작품명을 그룹명으로 한 Pierrot Lunaire. 10년간 저명한 연주가로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정식으로 공부한 그가 이 그룹을 결성한 것은 그의 나이 겨우 17세때의 일이었다(사실 그가 처음 록 그룹에서 활동한 것은 이보다 더 전인 1971년, 하드록 그룹인 Printemp에서이며 당시 그의 포지션은 오르간과 기타였다). 그는 키보드를 담당했고 기타는 Gaio Chiocchio가, 그리고 베이스, 드럼은 Vincenzo Caporaletti가 연주하는 3인조 구성이었던 이들은 그룹이 결성된 해 바로 첫번째 작품인 「Pierrot Lunaire」를 RCA 산하 IT 레이블에서 발표한다. 이태리 특유의 정서(햇살 가득한 해변과 하얀집들…)를 포크와 전통 음악 그리고 현대적인 감각에 실어 만든 이 작품은 데뷰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깔끔함과 풍부한 감성, 그리고 실험으로 가득찬 걸작이었다(많은 이탈리안록 그룹들의 데뷰작이 얼마나 어색한 오버 센스로 가득찬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필자 개인적으로 너무나 사랑하는 이 앨범 중에서도 특히 Arturo가 작곡한 ‘La Saga Della Primavera’는 17세때 작곡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진지함과 아름다움이 넘쳐흐른다. 3분 35초가 너무나 짧게 느껴지는 기타와 보컬, 그리고 피아노 소리가 지금 필자의 방에서 네번째 울려 퍼지고 있다(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함께 라이센스화된 이 데뷰작을 아직 들어보시지 않은 분이 계시면 꼭 구해서 들어보시길 강력히 권유한다).

데뷰작이 발표된 후 Vicenzo Caporaletti는 그룹을 탈퇴하고 그 대신 여성 보컬리스트 Jaqueline Darby를 가입시킨 Arturo와 Gaio는 즉시 새 앨범에 대한 구상을 시작한다. 작품의 컨셉트가 거의 완성되었을 무렵인 75년, 그들은 커다란 장애를 맞이하게 된다. 그들의 데뷰작을 발표해준 IT 레이블의 방침이 상업적인 것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끈질긴 그들의 설득에 못이긴 IT 레이블은 결국 2년후인 77년, 지금 이자리의 주인공인 작품 「Gudrun」의 발매를 허락한다. 북구신화 ‘Saga’ 중에 등장하는 ‘Gudrun’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앨범 동명 타이틀 곡으로 시작된다. 브라이언 에노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전자 음향이 잠시 지나가면 여성 스켓이 울려 퍼진다. 바로 새로 가입한 Jaqueline의 목소리인 것이다. 이어 Gaio의 쳄발로와 Arturo의 전자 키보드가 시작되면 많은 분들이 이미 이 작품이 범상치 않은 작품임을 깨닫기 시작할 것이다. 여러가지 악기의 소리가 전통과 현대를 가로지르며 시간이동을 하고 있을 무렵 아마도 많은 분들은 다음과 같은 것을 느끼셨을 것이다. 바로 탈시간성과 탈공간성에 기초한 이런 무질서한 음향속에 지극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음을!! 자신의 ‘미’개념을 변경하지 않는다 할지라고 열린 귀를 가지고 들려 오는 음향에 자신의 감각과 의식을 맡긴다면 소리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들이 전해주는 소리에는 뻐길려고 하는 것이나 듣는 이를 기만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순수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무질서한 음향에 존재하는 지극한 자연스러움이여! 하지만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

첫곡에 이어 (사랑의 기쁨(Plasir D’amour))의 우아함은 전자 노이즈와 함께 일그러지지만 거드름 피우는듯 했던 그 우아함은 노이즈에 의한 파괴로 오히려 더욱 순수한 우아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성악을 전공한 그녀다운 고음의 보컬이 귀를 자극하는 날카로운 전자 음향과 함께 놀랍도록 절묘한 앙상블(바로 ‘부조화의 앙상블’이다)을 들려주는 (Gallia). 이어서 이 작품이 록 음악임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리듬과 키보드로 시작되는 (Giovane Madre), 하지만 이 작품의 탈시간성은 이러한 전개가 계속 이어지리라는 얄팍한 청자의 예상을 철저히 거부한다. 다시 구상처리로 시작되는 (Sonde In Profondit), 제목이 암시하듯 바다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건반 소리와 함께 실제 파도 소리가 지나간다. (Morella)에서는 드뷔시의 피아노곡을 매우 좋아했던 Arturo가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이 Jaquelline의 광기로 가득찬 목소리와 함께 여러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어리석은 바보들의 합창과 함께 이 앨범중 가장 강렬한 리듬과 연주, 그리고 Jaquelline의 독일어 보컬이 인상적인 (Mein Armer Italiener)로 이 앨범은 끝을 맺는다.
다양한 상상력을 가능케 하는 전통과 현대의 접목, 그리고 때로는 모자이크 형태로 때로는 중복시키거나 한쪽이 다른 한쪽을 파괴하는 무질서 음향은 이 시대 나약한 청자의 귀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진정한 음악의 아름다움은 조화나 질서보다 무질서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닐까? 아마도 그 무질서가 당신의 귀에 질서로 들릴 때쯤이면 다른 작가들은 다른 형태로 새로운 무질서의 질서를 제시할 것이다. 이쯤되면 당신은 작가의 ‘예의’에 그야말로 ‘예의’로 보답한 것이었으며 그 예술 작품의 방관자가 아닌 당당한 참여자로서 그 역할을 잘 수행한 것이었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예술 작품 감상의 진정한 기쁨은 이런데 있는 것이 아닐까?

P.S.: 「Gudrun」 이후

아쉽게도 이 작품 이후 그들은 해산하고 말지만 이들이 당시에 구축한 새로운 음악의 두가지 요소(전자음향으로 대표되는 현대와 민속적인 것으로 대표되는 전통)는 고스란히 분리되어(하지만 실험적이라는 점은 공통으로) 계속 이어지게 된다. 하나는 Arturo의 솔로 앨범 「Andre Sulla Luna」이며 다른 하나는 Gaio와 Jaquelline가 참여하였으며 독일 여성인 Key Hoffman이 이끌었던 프로젝트 그룹 Floret Silva의 유일한 작품이다(이 작품은 78년에 완성되었지만 원래 발매가 예정되어 있었던 IT 레이블의 거절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7년이 지난 85년 먼 이국땅 일본에서 아트록 잡지 Marquee산하 Belle Antique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다. 이 작품 역시 필자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작품으로 중세 음악의 현대적 해석과 Pierrot Lunaire 시절과는 또 다른 Jaquelline의 보컬이 상당히 인상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Jaquelline는 계속 음악을 공부하러 런던으로 건너가고 Arturo는 이후 몇장의 앨범 작업에 참여하였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활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85년에 자신만의 클래식 피아노 콘서트에서 연주했다는 이야기만이 지난 자료를 통해 전해질뿐이다.

글/ 전정기


GUDRUN 필자가 프로그레시브록을 처음 접하였을 당시 소위 ‘프로그레시브록’이라고 하면 키보드 사운드가 많이 들어간 실험적인 음악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따라서 요즈음 아트록으로 통용되는 많은 부류의 음악들, 예로 브리티쉬 하드록이나 포크록 등은 프로그레시브록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독일의 아방가르드록이나 전자음악, 혹은 명상음악들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핑크 플로이드나 킹 크림즌 등의 수퍼 그룹들을 제외한다면). 이러한 시기가 지난 후 언제부터인가 이탈리안록이 거의 프로그레시브록의 전부인냥 행세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뉴트롤즈를 시발로 반코와 R.D.M., Q.V.L., 등… 이러한 경향은 사실 일본의 경우와 매우 흡사한 양상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70년대 말 탁월한 진보음악 전문 잡지 ‘Fool’s Mate’를 중심으로 독일의 전위록과 전자음악, 그리고 영국의 실험음악들이 일본 아트록 매니어들 사이에서 풍미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80년대 초, 일본 King 레이블을 통해 재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이탈리안록은 서서히 일본 아트록 매니어들 사이에서 붐을 형성하기에 이른다(물론 이전에도 광적인 매니어들 사이에서는 이탈리안록이 상당한 인기였지만 대부분의 오리지날 음반이 상당한 고가로 일반적인 매니어가 그 음반을 사서 청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튼 이탈리안 록이 국내 음악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었음에 틀림 없지만 이러한 와중에서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현악기 연주가 포함된 서정적인 사운드에만의 편식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사람의 귀라는 것은 매우 간사한 것이라서 달콤한 것에 한번 익숙해지면 그밖의 다른 ‘쓴’ 소리에는 아예 접근하려 하질 않는다. 누가 무어라 해도 필자는 예술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 중 하나이다. 예술은 작가와 그의 작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감상자가 개입된다. 작가-작품-감상자의 삼각관계의 일정한 균형과 긴장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술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로서의 ‘효용성’(‘실용적’이라는 의미가 아님)은 사라지고 말며 변증법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감상자 나름대로의 훈련과 노력은 한 시대의 예술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며 이것은 예술에 대한 일종의 예의이며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예의’이다(우리나라의 총체적인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가 결핍된 사회라는 데서 출발한다). 사실 내지를 쓰는 이 순간, 단지 ‘서정적이고 달콤한 것, 혹은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재고로 창고에 쓸쓸히 처박혀 있는, 하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 여러 작품들이 필자의 눈 앞을 지나간다. 진정 예술적인(Art), 진보적인(progressive) 록(Rock) 음악의 보급을 시도하기 전에 ‘구입자의 귀에 맞을 것인가 그들에게 그다지 달콤하지는 않을텐데…’라고 재고해야만 하는 보급자의 굴욕감을 음반을 구입하는 많은 분들이 아실지 모르겠다.

이탈리안 아트록의 이단들

이탈리안 아트록이라고 하면 서정적인 클레시컬 록이나 심포닉 록 혹은 하드록만을 연상하실 분이 많이 계실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이러한 통례에서 벗어나는 실험적인 작가들도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와 현대를 넘어 아트록의 새로운 인식을 제시한 Opus Avantra, 민속적인 것과 재즈, 그리고 공격적이나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작품을 선사하였던 Area, 정치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은 분리될 수 없다는 기치하에 자본주의의 예술산업에 반기를 든 저항파 록(R.I.O-Rock In Opposition) 집단의 멤버 Stormy Six, 실험에 깃든 여유와 유모어를 ‘실험’한 Picchio Dal Pozzo, 이탈리안 전자 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준 Sangiuliano 등… 모두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 진보적인 록 음악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많은 청자들 사이에서는 ‘어렵다’ 혹은 ‘귀에 잘 들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냉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예로 국내에서 라이센스화 되었지만 심한 모멸감을 맛보았던 Picchio Dal Pozzo의 작품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한장이라도 더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었다는 이 기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외국의 예를 든다는 것 자체가 필자 자신도 매우 마음 내키지 않는 것이지만 이것만은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보급자는 이 ‘천민 자본주의’를 상대로 의미 있는 모험을 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 도구는 바로 실험적 이탈리안 아트록의 꽃 Pierro Lunaire의 「Gudrun」이다.

17세의 천재소년 Arturo Stalteri가 결성한 그룹 Pierrot Lunaire

12음 기법으로 모더니즘 음악의 시대를 연 작곡가 쇤베르크의 작품명을 그룹명으로 한 Pierrot Lunaire. 10년간 저명한 연주가로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정식으로 공부한 그가 이 그룹을 결성한 것은 그의 나이 겨우 17세때의 일이었다(사실 그가 처음 록 그룹에서 활동한 것은 이보다 더 전인 1971년, 하드록 그룹인 Printemp에서이며 당시 그의 포지션은 오르간과 기타였다). 그는 키보드를 담당했고 기타는 Gaio Chiocchio가, 그리고 베이스, 드럼은 Vincenzo Caporaletti가 연주하는 3인조 구성이었던 이들은 그룹이 결성된 해 바로 첫번째 작품인 「Pierrot Lunaire」를 RCA 산하 IT 레이블에서 발표한다. 이태리 특유의 정서(햇살 가득한 해변과 하얀집들…)를 포크와 전통 음악 그리고 현대적인 감각에 실어 만든 이 작품은 데뷰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깔끔함과 풍부한 감성, 그리고 실험으로 가득찬 걸작이었다(많은 이탈리안록 그룹들의 데뷰작이 얼마나 어색한 오버 센스로 가득찬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필자 개인적으로 너무나 사랑하는 이 앨범 중에서도 특히 Arturo가 작곡한 ‘La Saga Della Primavera’는 17세때 작곡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진지함과 아름다움이 넘쳐흐른다. 3분 35초가 너무나 짧게 느껴지는 기타와 보컬, 그리고 피아노 소리가 지금 필자의 방에서 네번째 울려 퍼지고 있다(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함께 라이센스화된 이 데뷰작을 아직 들어보시지 않은 분이 계시면 꼭 구해서 들어보시길 강력히 권유한다).

데뷰작이 발표된 후 Vicenzo Caporaletti는 그룹을 탈퇴하고 그 대신 여성 보컬리스트 Jaqueline Darby를 가입시킨 Arturo와 Gaio는 즉시 새 앨범에 대한 구상을 시작한다. 작품의 컨셉트가 거의 완성되었을 무렵인 75년, 그들은 커다란 장애를 맞이하게 된다. 그들의 데뷰작을 발표해준 IT 레이블의 방침이 상업적인 것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끈질긴 그들의 설득에 못이긴 IT 레이블은 결국 2년후인 77년, 지금 이자리의 주인공인 작품 「Gudrun」의 발매를 허락한다. 북구신화 ‘Saga’ 중에 등장하는 ‘Gudrun’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앨범 동명 타이틀 곡으로 시작된다. 브라이언 에노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전자 음향이 잠시 지나가면 여성 스켓이 울려 퍼진다. 바로 새로 가입한 Jaqueline의 목소리인 것이다. 이어 Gaio의 쳄발로와 Arturo의 전자 키보드가 시작되면 많은 분들이 이미 이 작품이 범상치 않은 작품임을 깨닫기 시작할 것이다. 여러가지 악기의 소리가 전통과 현대를 가로지르며 시간이동을 하고 있을 무렵 아마도 많은 분들은 다음과 같은 것을 느끼셨을 것이다. 바로 탈시간성과 탈공간성에 기초한 이런 무질서한 음향속에 지극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음을!! 자신의 ‘미’개념을 변경하지 않는다 할지라고 열린 귀를 가지고 들려 오는 음향에 자신의 감각과 의식을 맡긴다면 소리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들이 전해주는 소리에는 뻐길려고 하는 것이나 듣는 이를 기만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순수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무질서한 음향에 존재하는 지극한 자연스러움이여! 하지만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

첫곡에 이어 (사랑의 기쁨(Plasir D’amour))의 우아함은 전자 노이즈와 함께 일그러지지만 거드름 피우는듯 했던 그 우아함은 노이즈에 의한 파괴로 오히려 더욱 순수한 우아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성악을 전공한 그녀다운 고음의 보컬이 귀를 자극하는 날카로운 전자 음향과 함께 놀랍도록 절묘한 앙상블(바로 ‘부조화의 앙상블’이다)을 들려주는 (Gallia). 이어서 이 작품이 록 음악임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리듬과 키보드로 시작되는 (Giovane Madre), 하지만 이 작품의 탈시간성은 이러한 전개가 계속 이어지리라는 얄팍한 청자의 예상을 철저히 거부한다. 다시 구상처리로 시작되는 (Sonde In Profondit), 제목이 암시하듯 바다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건반 소리와 함께 실제 파도 소리가 지나간다. (Morella)에서는 드뷔시의 피아노곡을 매우 좋아했던 Arturo가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이 Jaquelline의 광기로 가득찬 목소리와 함께 여러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어리석은 바보들의 합창과 함께 이 앨범중 가장 강렬한 리듬과 연주, 그리고 Jaquelline의 독일어 보컬이 인상적인 (Mein Armer Italiener)로 이 앨범은 끝을 맺는다.

다양한 상상력을 가능케 하는 전통과 현대의 접목, 그리고 때로는 모자이크 형태로 때로는 중복시키거나 한쪽이 다른 한쪽을 파괴하는 무질서 음향은 이 시대 나약한 청자의 귀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진정한 음악의 아름다움은 조화나 질서보다 무질서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닐까? 아마도 그 무질서가 당신의 귀에 질서로 들릴 때쯤이면 다른 작가들은 다른 형태로 새로운 무질서의 질서를 제시할 것이다. 이쯤되면 당신은 작가의 ‘예의’에 그야말로 ‘예의’로 보답한 것이었으며 그 예술 작품의 방관자가 아닌 당당한 참여자로서 그 역할을 잘 수행한 것이었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예술 작품 감상의 진정한 기쁨은 이런데 있는 것이 아닐까?

P.S.: 「Gudrun」 이후

아쉽게도 이 작품 이후 그들은 해산하고 말지만 이들이 당시에 구축한 새로운 음악의 두가지 요소(전자음향으로 대표되는 현대와 민속적인 것으로 대표되는 전통)는 고스란히 분리되어(하지만 실험적이라는 점은 공통으로) 계속 이어지게 된다. 하나는 Arturo의 솔로 앨범 「Andre Sulla Luna」이며 다른 하나는 Gaio와 Jaquelline가 참여하였으며 독일 여성인 Key Hoffman이 이끌었던 프로젝트 그룹 Floret Silva의 유일한 작품이다(이 작품은 78년에 완성되었지만 원래 발매가 예정되어 있었던 IT 레이블의 거절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7년이 지난 85년 먼 이국땅 일본에서 아트록 잡지 Marquee산하 Belle Antique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다. 이 작품 역시 필자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작품으로 중세 음악의 현대적 해석과 Pierrot Lunaire 시절과는 또 다른 Jaquelline의 보컬이 상당히 인상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Jaquelline는 계속 음악을 공부하러 런던으로 건너가고 Arturo는 이후 몇장의 앨범 작업에 참여하였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활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85년에 자신만의 클래식 피아노 콘서트에서 연주했다는 이야기만이 지난 자료를 통해 전해질뿐이다.


『HoPE (Progressive Rock)-호프 음악이야기 (go SGGHOPE)』 124번 제 목:[소개] PIERROT LUNAIRE - GUDRUN 올린이:mote (고광일 ) 96/04/29 22:53 
속칭 이탈리안 아방가르드 트로이카로 불리우는 오푸스 아반트라(OPUS AVANTRA), 생 쥐스트(SAINT JUST), 삐에로 뤼네르(PIERROT LUNAIRE)는 - 사실 개인적으로 여기서 생 쥐스트는 뺏으면 하는 바램이다. - 아방가르드라는 점 외에도 의아하게도 상당한 음악적 공통점을 가진다. 모두 현대 클래식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으며 또한 인상적인 여성 보컬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저 아래 오푸스 아반트라 앨범 소개에도 말했을런지 모르지만 이들이 아방가르드 라 불리우는 이유는 헨리 카우나 파우스트, 가까이는 존 존의 일파들이 아방가르드라 불리우는 이유와 엇비슷한듯하면서도 일면 다른 구석이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다를게 하나도 없지만 굳이 짚고 넘어가는 것은 우리가 '아방'이란 말을 너무 쾌락적으로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한번 걸고 넘어져 보았는데, 한마디로 그리 시끄럽지도 않고 그리 괴기스럽지도 않지만 순수하게 음악적으로 전위적 시도로 가득찬 음악이란 것이다.

각설하고, 삐에로 뤼네르 얘길 해보자. 쇤베르크의 연가곡집 이름에서 따온 그룹 이름에서도 쉽게 알수 있듯이 다분히 현대 클래식의 영향을 받은 듯한 - 현대 클래식을 들어봤어야쥐... - 절대로 록이 아닌 듯한 음악을 해대는 그룹이다. 이미 오래전에 라이센스로도 발매되어 잘들 아시고 계시겠지만 프로필을 잠쉬만 얘기해보면, 아르뚜로 스딸떼리(건반), 빈센조 까뽀랄레띠(기타, 퍼커션), 가이오 치오치오(기타)의 라인업으로 셀프 타이틀 데뷔앨범을 발표한후 빈센조가 탈퇴하고 이후 자끌린 다비 라는 매혹적인(?) 여성보컬리스트가 참여, 두번째 앨범인 본작 [GUDRUN]을 발표한다.

특히나 스딸떼리의 청량감 가득한 (정말로!) 피아노포르테 연주가 인상적이었던 전작에서는 다소 소품위주의 온건 아방작품을 발표했던 이들이 본작에선 그 진면목을 보여주는듯 시종일관 끔찍한 아방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요근래의 카디건즈의 싸바쓰블러디싸바쓰 커버에 맞먹을 사랑의 기쁨(Plasir d'amour)의 커버는 참혹할 정도이다.

요렇게 얘기해놓고 나면 어떤 분은 지레 겁먹고 개아방인가보군 하고 발뺌을 할 것이며 어떤 분은 오! 개아방이군 하며 군침을 질질 흘리시 겠지만 사실 말을 요따우로 해놔서 그렇지 이 앨범은 그 어떤 프로그레시브 록 계열 음반보다도 정숙하고 아름답고 탐미적이다. (음악소개를 제대로 할 자신이 없으니까 요로코롬 말장난이나 해대는군...) 아무튼 정말로 멋쥔 음반이며 심포닉 계열의 드라마틱한 유형적 노래에 식상하신 분들은 꼭 들어보시길 권하며 이 내용없는 글을 마칠까한다.

PS 쓰다보니 버릇없게도 존칭을 안썼군요. 죄송합니다.


[유영재, espiritu@hitel.net, 95.01]  

얼마전에 발간된 계간 아트록지 7호를 보았더니 라이센스로 발매될 앨범들의 광고가 맨 앞장에 있었다. Volo, Trip, P.F.M., Procession... 이러한 일련의 이탈리안 록 앨범들이 라이센스로 발매된다는 안내였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본인 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Pierrot Lunaire의 [ Gudrun ]이라는 작품이었다.
나는 그 광고에 실린 앨범들이 라이센스로 발매된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지만, 이 Pierrot Lunaire의 앨범을 보고서는 '글쎄...?'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같은 지면에 실린 다른 이탈리안 록 작품들과는 너무나도 판이한 스타일을 지닌 앨범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P.F.M.이나 Il Volo 등의 작품은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지명도도 있고 국내 매니아들의 입맛에 잘 맞아 떨어지는 심포닉 록 지향의 앨범들이라 어렴풋이나마 라이센스로 발매가 되리란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Pierrot Lunaire의 앨범, 그 것도 1집이라면 모르지만 2집인 [ Gudrun ]이 국내 음반 시장 에 선보인다는 것은 조금은 의외였다. (이들의 1집도 역시 라이센스로 발매가 되어있다.) 왜냐하면 이 앨범은 국내 매니아들과는 아직은 그다지 친숙한 관계가 아닌 Avangarde 지향의 음반이기 때문이다. 얼핏 듣기로는 Picchio Dal Pozzo의 라이 센스 음반도 국내 음악팬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오기의 발동인지 뭔지는 몰라도 그러한 상황에서 이 앨범이 라이센스 발매된다는 것은 어찌보면 일종의 모험이란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그러나 위에서 Picchio Dal Pozzo가 언급되었다고 해서 이들 과 Pierrot Lunaire의 [ Gudrun ]앨범을 같은 맥락에서 취급하면 곤란하다. 단언하건데, 이 작품은 이탈리안 아방가르드 록의 최상의 걸작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고 Picchio Dal Pozzo가 꽝!!이라는 말은 절대 아님...) 어쩌면 이 앨범의 국내 발매는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수많은 이탈리안 록 작품들이 국내에서 발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이 앨범이 빠지게 된다면 그것은 크나큰 실수이자 이들에 대한 모독일 것이기 때문이다.
Pierrot Lunaire의 데뷰는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 멤버 구성은 그룹의 핵심인 건반주자 Arturo Stalteri와 기타, 베이스, 플룻의 Vincenzo Caporaletti, 시타, 기타, 만돌 린등을 연주하며 보컬을 맡고 있는 Gaio Chiocchio의 3인조로 되어있었다. 1974년에 IT 레코드사를 통해서 발매된 이들의 데 뷰앨범은 클래식을 바탕으로 일종의 아방가르드 음악과 서정적 인 파퓰러 뮤직을 고루 융합한 복합적인 작품이었다. 다른 이 탈리안 록에서 느낄 수 있는 웅장함이나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이 앨범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지만, 나름데로 또다른 묘한 매력을 전해주는 뛰어난 앨범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 Lady Ligeia '에서 피아노 연주의 반복에 의한 단순미(?)나 ' Raipure '에서의 부담없는 멜로디가 특히 강한 인상을 남겨 준다. 데뷰 앨범을 발표한 후 다음 앨범을 내기까지 이들의 공백기 간은 3년이나 되었다. 1977년 이들의 두번째 앨범인 [ Gudrun ]이 발매되었을 때 사람들은 도데체 뭔 일이 있었길래 3년이나 기다리게 했나하고 앨범을 살펴보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1집에서 기타와 베이스를 맡았던 Vincenzo 는 어디로 갔는지 온데 간데 없고 그 대신에 웬 귀신 같이 생 긴 Jacqueline Darby라는 이름의 여성 싱어가 들어온 것이었 다. 이 앨범 표지를 통해 볼 수 있는 이 여성의 사진은 첫눈에 보았을 때는 "앗!! 괜찮네..?!"하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몇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매섭게 생긴 눈... 창백한 얼굴...시뻘건 입술... "...윽!! 웬 처녀 귀신?!!!" 내가 이 앨범을 구입했을 때가 고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되는 데, 일단 이 여자는 외모에서부터 나로 하여금 기를 팍 죽게 만들어 놓고 말았다. 그런데 음반을 플레이어에 걸면 한 수 더 뜬다. 이게 웬 괴성이냐? 완전히 귀신이 성악가 흉내내는 꼴이 라 아니 할 수 없다. 하지만 난 이 앨범을 몇번 반복해서듣고 난 뒤에, 완전히 귀신한테 홀린 꼴처럼 이 앨범에 홀리고 말았 다.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면 가장 먼저 들려오는 곡은 앨범의 타 이틀 트랙이자 이 음반에서 가장 대곡(11분 23초)인 'Gudrun' 이다. 북구신화 'Saga'에 나오는 'Gudrun'을 묘사한 음악이라 고 하는데 솔직히 '신화'라는 말만 나오면 깨갱거리는 본인으 로서는 Saga가 무엇이고 Gudrun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함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 암튼 신화라니까 신화인가 보다...하는 정도이다. 이렇게 따지면 본인은 이 곡에 대해서 논할 자격이 없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좋은걸 어떡해!!! 아주 야릇한 느낌을 주는 Arturo Stalteri의 키보드 연주로 시작되는 본곡은 Arturo의 역량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곡이 다. 이 한곡만을 들어보더라도 그의 실력은 대단한 것이며, 전 작과 비교해 그 연주 패턴이 더욱 광범위해졌고 스케일도 커졌 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의 키보드 연주가 지나간 후 여성 싱어 Jacqueline의 스캣과 다시 Arturo의 하프시코드 연주와 신비감을 주는 신디사이저 연주가 흐른뒤 다소 유머러스하면서 도한편으로는 다분히 전위적인 건반 연주와 함께 웬 꼬마아이 가 나와서 궁시렁 대기 시작한다. 뭔소린지는 알아듣지 못하겠 지만 " 어쩌구...
저쩌구.......................Gudrun!!! " 하는걸 보니까 북구신화인 ' Gudrun '을 소개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Jacqueline의 괴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백에서 울리는 Arturo의 장난스러운 신디사이저 연 주와 유려한 피아노 연주가 묘한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시종일 관 " Guuu~~d~~Ruuuuunnn~~~ "을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신경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다. 도데체 11분이 넘는 시 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른채 종결부분에 등장하는 여자의 신음소리와 차임벨이 울리는 효과음이 들리고나서야 "끝났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고 만다. 두번째곡인 ' Dietro Il Silenzio '는 앞곡과는 달리 아주 차 분하고 조용한 Arturo Stalteri의 피아노 연주곡이다. 앞곡에 서의 혼돈을 어느 정도 정화시켜주는 효과를 지닌 듯한 곡으로 부담없이 듣기에 안성마춤인 곡이다. 그러나 세번째곡 ' Plaisir D'amour '에 이르러 황당함의 극 치를 맛보게 된다. 일단 제목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도 하 고... 이 곡의 가사가 Jacqueline의 목소리를 통해 울려퍼지 기 시작할 때 아마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는 기분을 느끼는 사 람이 비단 본인만은 아닐듯... 다름 아닌 나나무스끄리의 명 곡 ' 사랑의 기쁨'을 리메이크 한 것이었다. 완전히 전위 음악 으로... 아마 나나무스끄리가 이 곡을 들었다면 얼마나 황당해 했을까... 뭐 어떻게 설명할 방도가 없다. 그냥 직접 한번 들 어보시라... 정말 깨는 곡이다. 네번째곡 ' Gallia '는 갈리아 지방을 노래한 것으로 추측되 는데, Jacqueline의 하이톤의 음성이 오버더빙되어 무반주로 울려퍼지는 곡이다. 다만 중간중간에 '피융 피융~~~'하는 신디 사이저의 효과음만이 있을 뿐이다. 밤에 불 다 끄고 들으면 제 격일 곡이다.
다섯번째 ' Giovane Madre '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즐겨 듣는 곡이다. 1집에서의 ' Lady Ligeia '의 단순 반복성을 계승한 듯한 곡으로서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 Lady Ligeia '가 피아 노 연주가 주축이 된 클래식 소품과 같은 성격을 지닌 반면 이 곡은 오르간과 신디사이저가 주축이 된 가운데 다이나믹한 드 럼 연주가 어우러져 보다 아방가르드하고 역동적인 사운드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간중간에 들려오는 Jacqueline의 무의미한 속삭임은 프랑스 그룹 Atoll의 [ L'raignee Mal ]에 서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여섯번째 ' Sonde In Profonodita '는 두번째곡과 같이 비교 적 차분한 성격의 곡. 규칙적인 퍼커션 연주 위에 교회 오르간 연주를 듣는 듯한 키보드 연주가 묘한 여운을 남겨준다. 다음곡인 ' Morella '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Jacqueline이 노 래다운 노래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곡은 Avangarde 적인 요소보다는 클래시컬한 비중이 더 짙은 곡으로서, Opus Avantra E Donela Del Monaco의 음악과 매우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해주고 있다. 후반부의 피아노 연주를 배경으로 울려퍼지 는 Jacqueline의 호탕하면서도 기괴한 웃음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곡 ' Mein Armier Italiener '... 이 앨범에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훌륭한 곡으로서 제목으로 추측해보건데 이탈리 아 군대에 관한 얘기가 아닌가 싶다. 매우 투박한 (군인들로 여겨지는)남성들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진 후 경쾌한 하프시코드 연주와 행진곡풍의 드러밍이 그 위에 합세하면서 절정으로 몰 고 간다. 그러나 그 절정을 절제하려는 것인지 이러한 연주가 갑자기 멈추어지고 차분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 아래 역시 노래 다운 노래를 하는 Jacqueline의 보컬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이 부분이 서서히 Fade out 되고난 뒤 다소 어두운 뉘앙스를 풍기 는 건반 터치를 배경으로 이탈리안 군인들의 제식 훈 련 장면을 묘사한 듯한 효과음 (교관의 구령과 군인들의 구호소리)이 등 장한 뒤 곡은 끝을 맺는다.
본앨범을 발표한 후 그룹은 이 앨범의 세번째 트랙에 수록되 어 있는 그 황당한 곡! ' Plaisir D'amour '를 싱글로 발매하 고 해산하고 만다. 그룹 해산 후 키보디스트인 Arturo Stalteri는 1979년과 1987년에 각각 한장의 솔로앨범을 발표하 는데, 그 중 첫번째 솔로 작품인 [ Andre Sulls Luna ]는 매우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영재, espiritu@hitel.net, 94.12]

18. Pierrot Lunaire -- Gudrun ★★★★☆ 이들의 두번째인 동시에 마지막 앨범이 된 작품. 두번째 앨범의 라인업은 1집때와는 조금은 다른 라인업인데, 기존 의 남성 멤버 한명이 탈퇴하고 그 대신 새로이 여성 보컬리스트인 Jacqueline Darby가 참여하고 있다. 북구신화인 'Saga'를 주제로 삼았다는 이 앨범에서 키보디스트인 Arturo Stalteri의 기량은 최 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느낌이며, Jacqueline의 기묘한 보컬도 상당 한 주목거리중의 하나이다.
명실공히 이탈리안 아방가르드 록의 최고작이라 할 만하다. 라이센스 발매 예정.


강정훈 {BUDGE@hitel.net}

아니였다. 시내의 전문 수입상을 몇군데를 돌고 돌아도 원하는 앨범을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이젠 그 상황이 많이 변했다. 한편으론,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이탈리아 밴드인 PIERROT LUNAIRE의 1,2집은 아주 가끔 일본 라이센스 로 볼수 있었다.
이들의 1,2집은 대단히 멋지고, 독특한 작품이다.
복잡하고 불균형적인 듯한 음들의 전개를 하고 있는데, 키보드 중심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GUDRUN은 2집의 타이틀 곡인데, 조용한 시작에 이은 여성 스캣, 그뒤에 깔리는 키보드 소리..
신화를 내용으로한 것 처럼 음악도 신화를 연상하게 한다.
여성보컬의 고음과 키보드의 다양한 소리들.
이런 복잡한 ROCK 음악에서 음악적 감동을 받을수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 아닐수 없다.
구조적 완성감과 본능적 음감을 만족시키는 음악이다.
어떤 사람들은 맹숭맹숭하다고 할지 몰라도, 내겐 너무 멋지다.
음악을 들을땐 복잡하고 정신없는것 같지만, 듣고 나면 너무나도 견고한 구성이 느껴지는... 느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

이 앨범(2집)에 들어있는 DIETRO IL SILENZIO도 이지적이면서 서정적인 피아노곡으로 멋진 곡이고, 노이즈가 함께하는 '사랑의 기쁨'도 들어있다.

-DK electro-

{이 글은 하이텔 언더그라운드 동호회 아트락 게시판(under 14)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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