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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Cirkus |
ALBUM TITLE: | Cirkus One Plus |
YEAR: | 1995 |
COUNTRY: | U.K. |
GENRE: | Eclectic Prog |
LABEL: | Audio Archives(1995) |
TRACKS: | 1. You Are (3:20) 2. Seasons (3:37) 3. April '73 (5:04) 4. Song For Tavish (4:35) 5. A Prayer (5:37) 6. Brotherly Love (3:49) 7. Those Were The Days (3:54) 8. Jenny (4:09) 9. Title Track a. Breach (4:19) b. Ad Infinitum (3:12) Bonus Tracks from the remastered Audio Archives CD: 10. Castles (2:51) 11. The Heaviest Stone (4:56) 12. Amsterdam (4:03) 13. Melissa (3:22) 14. Pickupaphone (3:26) |
MUSICIANS: | - Paul Robson / lead vocals - John Taylor / bass - Derek G. Miller / organ, piano, mellotron - Stu McDade / drums, percussion, backing vocals - Dogg / electric and acoustic guitars - Alan Roadhouse (replaces Paul Robson on tracks 12 & 14) / lead vocals, saxophone |
원본출처: | http://koreanrock.com/wiki.pl?Cirkus |
프로그레시브 락계에서 자주제작이라는 말은 두가지 상반된 느낌을 준다. 하나는 별로 상업성이 없는 음악이라 음반사에서 거부했지만 아티스트가 의지를 가지고 제작한 음반이고 다른 하나는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으나 자주제작의 특성상 희귀본이므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음반이다. 사실 많은 프로그레시브 락 계열의 음반들이 메이저 레이블에서 발매되었기 때문에 이것은 당시의 트렌드였음을 반증하는 것이고 그 와중에서 마이너 레이블도 아니라 자주제작으로 내었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 수준을 의심해도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오리지널 LP수집가가 아니라 그냥 좋은 음악을 듣고싶은 것 뿐이다.
어쨌거나 유명한 자주제작 음반 중에서 이 앨범 One(RCB 7)은 특히 훌륭한 결과물을 담고있어 유명한데 이렇게 라이센스로 발매가 되었으니 이젠 전설을 벗기고 음악으로 판단하면 되겠다. 아직도 일본이나 유럽 어딘가에서만 발매되어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음반들은 그 명성만으로 구매자를 혹하게 만들곤 하는데 알려지지 않은 명반은 있을 수 있지만 숨어있는 '엄청난' 명반은 세상에 몇장 없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감상자들은 종종 잊곤 한다. 그게 수집의 마력이겠지.
써커스라는 이름은 스위스의 써커스Circus와 영국의 써커스Circus, 영국의 써커스Cirkus이렇게 셋이 있다. 이중 영국의 써커스Circus는 락계의 마당발 색서폰 주자 멜 콜린스MelCollins가 있던 그룹이다. 스위스의 써커스Circus는 Movin' On(1977)이라는 킹 크림즌King Crimson 스타일의 드라마틱한 앨범을 내어 프로그레시브 락 팬들의 머릿속에 필청반중 하나로 남아있다. 그리고 마지막이 이 영국의 써커스Cirkus이다. 여기서는 다른 써커스는 말할 일이 없을테니 모두 이 영국의 써커스Cirkus라고 생각하시라.
이들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멜로트론이 많이 섞인, 하모니와 멜로디 위주의, 하드/심포닉 프로그레시브 락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이들의 사운드를 표현할만한 다른 밴드들을 들자면 무디 블루스Moody Blues, 바클리 제임스 하베스트Barclay James Harvest, 제네시스Genesis, 크레시다Cressida, 스트롭스Strawbs가 생각나니 이 정도면 써커스는 상당히 당시의 주류 사운드에 가까운 음악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비 영국권에서는 네덜란드의 어스 앤 파이어EarthAndFire도 떠오른다.
이 앨범의 곡들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멜로디가 강하다. 대부분의 곡이 싱글로 커트해도 별로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곡 단위의 완성도가 있다, 전체적으로 톤이 강한 편이지만 몇몇 곡들은 상당히 서정적이기까지 해서 더욱 그러하다. 서정적인 곡들에서의 강한 톤은 거의 간주의 현란함에서 나오고 있다.
멜로트론과 오르간 등으로 심포닉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당시 특유의 것인데 이 앨범에서도 그 효과는 여지없이 살아나고 있다. 군데군데 삽입되어 비장미와 질주감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사운드임에도 불구하고 남용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런 절제감은 다른 음반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체의 작곡은 드러머 스튜 맥데이드Stu McDade가 맡고있으며 사운드의 핵은 멜로트론 주자 데렉 밀러Derek Miller가 쥐고있고 기타리스트 독Dog과 보컬 폴 롭슨Paul Robson이 호소력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으니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것을 이상으로 하는 밴드로서는 최적의 멤버들이 모였다고 할 수 있다.
첫곡 You Are를 보자. 프로그레시브 락 앨범의 첫곡답게 멜로트론으로 한번 깔아주고 힘찬 드러밍으로 곡을 시작한다. 당당한 보컬과 심포닉한 현악라인이 깔린 연주를 들으면 이 앨범이 결코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Song for Tavish에서 이들은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로 연가를 시작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다른 연주가 더해지며 보컬은 점차 호소력있게 바뀐다. 마지막에는 웅장한 심포닉 연주와 비장한 기타 솔로로 곡을 마치는데 이것은 이들이 곡을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지 잘 알고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A Prayer는 신에게 기도하는 분위기가 잘 살아있는데 카톨릭적인 냄새가 짙은 이탈리아의 프로그레시브 락적인 느낌이 좀 든다. 특이하게도 90년대에나 들을 수 있음직한 여성의 마음을 가진 남성이 신을 원망하는 내용이다.
뒷면으로 넘어가면 Brotherly Love에서 다시 힘찬 연주가 흘러나온다. 이들이 현악라인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들으면 에스페란토Esperanto가 생각난다. 개인적 내면을 고백하는듯한 가사는 Those Were the Days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컬 폴이 훌륭한 것은 노래를 단순하게 부르지않고 가사의 내용에 맞게 호소력있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A Prayer도 그랬지만 하나의 드라마를 곡에 담고있으며 오히려 어설픈 씨어트리컬 락 밴드들에 비해 더욱 연극적이다. 다시 어쿠스틱 연주로 시작하는 Jenny는 꼬마들을 꼬시는 제니라는 여인의 이야기를 보컬이 들려주는데 역시 폴의 보컬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라 하겠다. 마지막곡 Title Track은 앨범 전체를 마무리하는 대곡으로 서정미, 비장미 물씬 풍기는 훌륭한 곡이다. 마지막에 다른 곡들의 일부를 조금씩 따와서 멜로트론 연주의 배후에 넣는 것은 아프로디테스 차일드Aphrodites Child가 666(1972)앨범에서 한 것과 비슷하다. 주마등走馬燈같은 회고를 음악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수 있겠다.
당혹스러운 것은 자주제작 음반이 이렇게 풍성한 사운드를 담고있다는 사실이다. 이 연주를 듣고있으면 이들은 마치 실력도 있고 돈도 있는데 음반사가 맘에 안들어서 자기들끼리 음반을 낸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제작자가 홀리스Hollies의 론 리처드Ron Richards였다고 한다. 그런 덕에 자주제작 음반의 재킷들 대부분은 조악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이 앨범은 재킷까지 게이트폴드로 훌륭하게 만들어졌다. 이들은 앨범을 내고 한동안 자취를 감춘다.
10, 11번 트랙은 이들이 데뷔작을 녹음하기 전에 만들었던 데모들이다. 조악한 녹음이지만 서정적이면서 드라마틱한 것이 이후 이들의 데뷔작을 연상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다.
12, 13, 14번 트랙은 이들이 발표한 EP인 Melisa(1976)이다. EP로 발매했지만 역시 완성도있는 곡들을 담고있다. 앨범 One에 비해 파워와 드라마틱한 연주는 사라졌지만 예의 팝적인 멜로디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들 특유의 풍성한 멜로트론 연주는 매우 약해져서 아쉬움을 준다. Mellisa의 비틀즈Beatles스러운 방정맞은 코러스나 80년대를 연상시키는 조악한 신세사이저 소리는 One앨범과 함께 들으면 솔직히 기가 찬다. Pickupaphone 역시 마찬가지다. 제발 이 5곡의 보너스 트랙들은 앨범과는 구분하여 듣기를 바란다.
이들은 극음악으로 만들어진 Future Shock(1977)을 발매하였는데 써커스라는 이름이 아니라 퓨쳐 쇼크Future Shock라는 이름으로 내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계속 타던 끝에 파이브 아워즈 백Five Hours Back이라는 정체불명의 레이블에서 LP가 재발매(TOCK 1)되었으며 95년에는 오디오 아카이브Audio Archive에서 CD로 재발매되면서 타이틀이 One Plus(AACD 009)로 바뀌었다. 이때 재발매의 붐을 타고 밴드가 재결성되었고 앨범을 두장 발매했는데 이 앨범들은 들어본적도 없고 심지어 인터넷에서도 소식을 접하거나 재킷을 본 적이 없으니 아무래도 One에 비하면 형편없는 음반들인듯 하다.
이미 수없는 전설의 명반이 라이센스와 수입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어떤 것은 제대로 평가를 다시받고 어떤 것은 언급할 가치가 없는 졸반으로 확인되었다. 써커스의 이 앨범 One역시 그러한 심판대에 올라왔는데 단언컨데 이 앨범은 대중에 의해 명반으로 다시 한번 확인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