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lden Palominos - The Golden Palominos

소음에 질서를 부여한다? 노이즈 뮤직이 표방하는 바는 ‘질서 속의 소음’이 아니라 ‘소음 속의 질서’일 것이다. 소음 속에는 이미 질서가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로 질서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 질서를 ‘발견’하고 악기를 사용하여 이를 좀더 구체화시킬 뿐이다. 이러한 노이즈 음악의 원천이 되는 ‘소음’이 좀더 ‘모던’하고 ‘기계적’일 때 우리는 이를 인더스트리얼 뮤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골든 팔로미노스의 동명 타이틀 앨범은 ‘소음의 질서’에 다시 육체적인 것을 담으려 한다. 소음-산업-육체. 이 탄생과 살해의 삼각관계는 현대 사회의 비극적인 한단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의 음악에는 ‘즐거움’이란 없다. 단지 공포와 슬픔의 차가운 쾌감만이 있을 뿐이다. ‘지금-여기’에 있으면서 그들은 ‘땅의 음악’이라기 보다는 ‘아스팔트의 음악’을 들려주며, 철재 골조위에서 외치고 있다. 그 외침이 우리들에게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지 문제의식의 공허한 표출에 불가한 것인지는 이들 음악에 시간과 금전을 투자한 여러분들이 판단하시길 바란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안톤 피어(Anton Fier)와 아토 린제이(Arto Lindsay)가 결성한 골든 팔로미노스의 대표작인 이 앨범은 실험적 색소폰 주자이자 작곡가로 유명한 존 존(John Zorn)과 매서커(Massacre)를 해산한 후 여전히 솔로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헨리 카우 출신의 기타리스트 프레드 프리스(Fred Frith), 그리고 베이스 dmaml 새로운 가능성을 들려준 빌 라스웰(Bill Laswell) 등이 참여하고 잇는 뉴욕 아방가르드 록의 중요작이자 인더스트리얼 록의 교본적인 작품이다. (1983년작)

글:전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