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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Donald & Giles – McDonald & Giles

킹 크림즌의 역사는 곧 로버트 프립의 역사다. 핑크 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가 그룹의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결국은 핑크 플로이드가 아닌 로저 오터스로 남은 반면, 로버트 프립은 로버트 프립이 아닌 킹 크림즌으로 남아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내부의 권력 투쟁에서 승자와 패자로 남은 대표적인 예라 볼수도 있다. (물론 권력 투쟁이라는 의미가 정치권에서 쓰는 그런 불순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점에서 킹 크림즌의 1집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에 참여하고 그룹을 등져버린 Ian McDonald(이언 맥도널드)는 패자이다. 하지만 평론가들이 갈라놓은 이러한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들 사이에는 단지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을 뿐이다. 3집 이후 뚜렷하게 증가된 킹 크림즌의 재저적인 방향성은 이 두명의 멤버의 탈퇴와 함게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로버트 프립과는 분명한 차이를 지니고 있는 이언 맥도널드는 이 앨범을 통해 킹 크림즌 시절 실현하지 못했던, 자신의 추구하고자 하는 사운드를 마음껏 실험하고 있다. 우리는 이 앨범ㅇ르 통해 초기 킹 크림즌 사운드에서 로버트 프립과 이언 맥도널드의 음악적 경향의 차이점이 무엇이고, 그 사운드의 불일치가 어떻게 융화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날카로움보다는 부드러움을, 공격적이고 남성적인 패턴 보다는 여성적인 멜로디 위주의 작품을 들려주고 있는 이 앨범은, 또한 1집의 타이틀 곡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에서 들을 수 있었던 마이클 자일즈의 절제된 드러밍을 감상할 수 있다. <Cadence & Cascade>의 오리지널 멜로디에 가사를 붙인 <Flight Of The Ibis>와 <Is She Waiting>의 아름다움과 재즈적 터치가 곳곳에 엿보이는 <Suite In C>. 뒷면을 가득 채운 대곡 <Birdman>의 실험적이고도 아기자기한 사운드가 킹 크림즌의 사운드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1970년작)

글:맹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