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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76
마음풍경
추천 수 : 4 / 0
조회 수 : 6997
2006.10.04 (16:26:53)
ETC
Ratings: 
 
ARTIST:  EXUMA 
ALBUM TITLE:  Exuma II 
YEAR:  1971 
COUNTRY:  U.K Bahamas 
GENRE:  Blues, Folk, World, & Country 
LABEL:  Mercury 
TRACKS:  1. Damn Fool
2. Baal
3. Paul Simon Nontooth
4. Fire In The Hole
5. A Place Called Earth
6. We Got To Go
7. African Rhythm
8. Zandoo 
MUSICIANS:   
원본출처:   

Exuma_II.jpg


“아빠! Airbus 타봤어요…?” “Airbus…?.....글쎄?” “나는 타봤어요… 지난 번에 바하갔을 때… 앗! … 큰일났다! … 비밀인데…!!” 비행기 안에서 아들놈과 비행기 기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녀석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마도 지 엄마가 발설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나 보다. 아들녀석은 언제나 교통수단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하철, 버스 노선을 비롯하여 역과 버스 번호까지 달달 외우고 다니던 놈이, 캐나다로 이민간지 얼마 되지 않아 그곳 지하철역 이름을 다 외우고, 도로 이름까지 줄줄 읊어대어 이놈이 앞으로 지하철이나 버스 또는 택시 기사가 되려나 생각했었다. 그래서 비행기에 오를 때마다, 사고가 적은 비행기 기종을 골라 타자고 우기기까지 한다. 결손가정이라는 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척 마음이 아프다. 어쩔 줄 모르는 아들녀석의 얼굴을 피해 비행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가보지 못한 바하마를 상상해 보았다. “내가 만약 바하마에 갔다면, 바하마 최고의 아티스트 Exuma의 영혼을 불러냈을거야… 그가 절규하며 부르는 영혼의 노래를 들으며 카브리해의 푸른 바닷가를 거닐었겠지…!” “바하마사람들이요… 엄마보고 Hi! … Lady!라고 불렀어요… 우습죠?” 비밀을 탄로 내고 멋 적어 하던 아들녀석이 귀여운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곳도 다른 관광지들처럼 호객 행위를 하는가 보구나…!” 자마이카에 Bob Marley라는 영웅이 있었다면, 바하마에는 Exuma라는 영웅이 있었다. 두 영웅 모두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영원히 전설로 남아 있을 것이다.
Bob Marley가 단순하고 가벼운 리듬의 Reggae로 전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다면, Exuma는 혼이 담긴 절규하는 묵직한 목소리로 소수 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대중성으로 이 두 인물을 비교한다면 Bob Marley가 단연 우세승을 차지하겠지만, 본작의 작품성과 비교한다면 Exuma가 한판승으로 이길 것이다. 곤충학적으로 밥머레이는 날개를 펄럭이는 “나비”와 같고, 엑수마는 본작 앨범 커버에 자신이 직접 그렸던 괴상한 “벌”처럼 듣는 이의 마음을 음침으로 툭툭 쏜다. Exuma의 목소리는 누구에게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마력을 지닌다. 그의 목소리는 우리의 양쪽귀를 거쳐, 뇌와 심장을 시원스럽게 관통한다. 현대화 된 악기들이나 장비의 도움 없이, 그는 원시적인 악기들과 순수한 목소리로서 우리들의 감성을 제압시켜 버린다. 본 작을 들을 때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를 이겨보려고 해보지만,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게 되면 곧 무릎을 끓고 만다. 노래방에 그의 노래가 없다는 것이 천만 다행스럽다. 홍익대 앞, 노래방의 Monkberry Moondelight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었던가…! 하지만 본 작이 여러분들의 모든 설움을 달래 줄 치료약이 되어 줄 것이라는 것에는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후루라기 소리와 여러 토속적인 타악기들로 시작되는 원시적인 분위기의 곡 ‘damn Fool(정말바보)’은 익살스러운 가사와 영국식 독특한 발음을 구사하는 Exuma의 보컬이 흥겨움을 주는 곡이다. 후반부에 다시 주도권을 장악해버리는 타악기의 축제는 아프리카 토속의 진한 향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흙 냄새나는 정겨운 타악기 소리들이, 갑자기 등장한 Spacy Electronic delay Effect로 이내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 다음 곡은 ‘A Place Called Earth’와 함께 이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Baal(베일:우상)’이다. 비행기안에서 아들 녀석과의 대화로 갑작스럽게 떠올랐던 Exuma! … 그로부터 몇일후인 1999년 7월 9일, 바하마의 독립기념(1973년)일날 나는 ‘A Place Called Earth’와 함께 이곡을 선곡하게 되었다. 이날로부터 Exuma의 보컬에 감동을 받은 애청자 분들의 Request가 끊이질 않았다. Daddy Ya Ya의 투명한 보컬이 Baal을 네 번 부르고 나면, 영혼이 담긴 허스키 한 Exuma의 목소리가 곧 우리들의 공간을 엄숙하게 만든다. 이 곡은 돈을 우상화하는 현대인들의 물질만능주의를 꼬집는 노래이다. Pink Floyd의 ‘Money’보다 시대적으로 2,3년이나 앞서있다. “너를 굴복하게 만드는 우상(돈)… 너는 점차 그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너는 곧 영혼을 잃은 너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리라… 거짓을 위해 정의와 싸웠던 너의 모습을…” 후반부에서 이르러서 그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깝다. 돈을 우상으로 숭배했던 우리들을 심판하려는 듯, 주술적이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우리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연극적인, 해학적인 곡 ‘Paul Simon Nontooth’라는 곡은 1970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Paul Simon에게 던지는 경고문일까? 아니면 도전장일까? 그의 야만적인 연극무대가 우리들을 어리둥절하게 할뿐이다. 다음곡인 Gospel풍의 ‘Fire In The Hole’을 듣고 있노라면 왜 Otis Redding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것일까?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그의 목소리는 점점 Soul의 제왕 James Brown쪽으로 치우친다. 이 고에서 그는 노벨의 의지와는 달리 지구에 수많은 구멍을 뚫고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리는 인간들에게 경고를 보내면서 “삶과 죽음의 차이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라고 노래한다. Side2에서는 아름다운 기타 선율과 주술적인 각종 벨 타악기 소리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본작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 ‘A Place Called Earth’가 시작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한 멜로디로 전개되고 있지만, 한 인간의 육성만으로 어떻게 인간의 복잡한 심경을 이렇게 자극적으로 표출시킬 수 있는 것일까? 영혼 깊은 곳으로부터 터져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신파극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이 곡의 주제는 “자유”이다. “악의 땅, 죄의 땅”위에서 “자유”를 부르짖는 한 인간의 처절한 절규를 담고 있다. 태어나면서 죽을때까지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인간… “인간은 반드시 자유로워야 하는데… 그의 탄생부터 죽을 때까지… 하지만 내가 지금껏 모든 곳을 살펴보아왔지만, 아직까지도 그 어떤 남성도, 그 어떤 여성도 자유로운 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여기서 울음을 참지 못한다.
이때부터 자신의 탄생과정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 곡에서 Earth가 의미하는 것은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땅, 고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시적 의미로 인체(Human Body)를, 어머니의 모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에서의 죽음은 어머니의 죽음을, 더나아가서 식민지인들의 빼앗긴땅, 고향을 의미하기도 한다. 후반부 가사에서는 비약적으로 외세의 침략에 대한 자신의 무력한, 나약한 행동을 묘사하고 있다. “언제나 악의 승리하는 땅…!” 마지막에 긴장감이 감도는 드럼소리는 죄를 심판하는 망치소리와 다를 바 없다. 이 곡의 진한 감동 때문에 Side2의 나머지 곡들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We Got To Go’는 한날 사랑타령에 지나지 않게 들리며, ‘African Rhythm’과 ‘Zandoo’는 그저 장난스럽게 들린다. 아쉽게도 나머지 곡들은 앞에 위치한 “돋보이는 곡들”을 퇴색시켜 버린다. ‘Baal’과 ‘A Place Called Earth’를 음반의 끝으로 배치했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랬었더라면 더욱 깊고, 긴 감동의 여운을 남길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1997년 1월 25일 고국 바하마의 수도 내소(Nassau)에서 사망하기 직전, 한 Radio방송과 갖은 인터뷰에서 그는 “삶에 있어서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목소리는 우리들의 병든 영혼을 일깨우는 신통력을 지닌 마법사의 목소리였고, 그의 노래를 접한 많은 이들을 치유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짧은 생을 보람있게 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차후에 음반 해설지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바하마의 전통 미술을 전세계에 알렸던 화가로서도 크게 명성을 얻었던 인물이었따. 고향 사람들은 그를 바하마의 아름다운 섬 이름인 Exuma 또는 The Obeah Man(주술사)으로 부르거나 본명인 McFarlane Anthony Mckay를 줄여 애칭 Tony로 불렀는데,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바하마의 인간 문화재로서 끊임없는 존경과 사랑을 받을 것이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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