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 R S T U V W X Y Z eTc
글 수 220
마음풍경
Ratings: |
|
---|---|
ARTIST: | Kraftwerk |
ALBUM TITLE: | The Mix |
YEAR: | 1991 |
COUNTRY: | Germany |
GENRE: | Progressive Electronic |
LABEL: | Emi Electroia |
TRACKS: | 1. The Robots 2. Computer Love 3. Pocket Calculator 4. Dentaku 5. Autobahn 6. Radioactivity 7. Trans Europe Express 8. Abzug 9. Metal on Metal 10. Home Computer 11. Music Non Stop |
MUSICIANS: | - Ralf Hütter / vocals & electronics - Florian Schneider / voice & electronics - Wolfgang Flür / electronic percussion - Karl Bartos / electronic percussion - Fritz Hilpert / electronic percussion |
원본출처: |
지금은 프랑스에 유학간 절친한 선배 한 분이 항상 입에 달고 다니던 말 중 하나 : “3대 프로그레시보록 그룹은 킹크림즌과 핑크 플로이드 그리고 크라프트 베르크다.” 한때 한참 음악지에 떠들던 3대 기타리스트니, 3대 보컬리스트니 하던 식의 분류에 대한 냉소를 담은 이 말은 그들의 독자적인 노선과 시대적 의미 그리고 대중 음악에 미친 효과와 혁신성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탁견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을 과연 록 음악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석연치 않음이 남긴 하지만, 그들이 ‘프로그레시브’의 본래 의미에 충실한 음악 집단이었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솔직히 말해, 비르투오소적인 초절기교의 멤버들로 뭉친 소위 ‘수퍼그룹’들의 음악에 한참 도취되어 있었을 때만 하더라도 필자는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 단순한 멜로디와 반복적인 비트 그리고 때론 장난스럽기까지 한 전자음으로 점철된(것이라 생각했던) 그들의 음악은 이미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세례를 받은 테크니션들의 연주에 익숙해져 버린 귀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엄숙과 치기, 기계와 육체, 땅과 하늘의 경계를 ‘트랜스 유럽 익스프레스’처럼 훌쩍 횡단해 버리는 합성 사운드의 연속은 불식간에 너무도 매혹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에 마약처럼 중독되어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에는 아마 그 속에 담긴 트립적 요소도 단단히 한몫 했을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반복 속의 변화’에 있었다. 기본적인 비트와 멜로디가 빠른 템포로 수도없이 반복되지만 자세히 들어 보면 그 속에는 미묘한 변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일종의 상승감 흥분을 불러일으키게끔 작용한다. 이런 무수한 양자론적 ‘차이들’은 사이키델릭 록의 아나로그적 트립에 대한 디지털 세계의 화답이었다.
[The Mix]는 [Autobahn] 이후 앨범에 수록된 것들 중 대표곡을 선별해 다시 리믹스한 것이다. 당연히 초기 크라프트베르크의 작품들과 같은 현대음악적 실험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실험이란 난해한 방법적 시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것 들이나 너무도 익숙해서 의식하지 않았던 것들을 환기시키는 작업들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크라프트베르크는 충분히 ‘진보적’이고 ‘실험적’이다.
전위음악을 하는 다른 한 선배는 “이런 음악은 몇 십분이면 만들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그 분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의 음악은 대중 음악 영토 내의 문제의식으로부터 탄생한 것이며, 그 속에는 그로 인한 일종의 시대정신이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전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