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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in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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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Parlour Band |
ALBUM TITLE: | Is a Friend? |
YEAR: | 1972 |
COUNTRY: | U.K. |
GENRE: | Prog Related |
LABEL: | Deram |
TRACKS: | 1. Forgotten Dreams (2:41) 2. Pretty Haired Girl (2:52) 3. Springs' Sweet Comfort (5:09) 4. Early Morning Eyes (3:52) 5. Follow Me (4:56) 6. Evening (4:58) 7. Don't Be Sad (3:21) 8. Little Goldie (3:20) 9. To Happiness (3:04) 10. Home (7:37) a) Once More Loneliness b) Fortress c) Home |
MUSICIANS: | - Peter Filleul / lead vocals, keyboards, rhythm acoustic - Pix / vocals, lead vocals (6), wah wah Gibson - Craig Anders / vocals, electric & acoustic & slide guitar - Mark Ashley Anders / vocals, bass - Jerry Robins / percussion |
원본출처: | http://koreanrock.com/wiki.pl?ParlourBand |
(영국 포크록의 위대한 유산) 71년의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인 크리스마스. 거리에는 온통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는 캐롤송이 울려퍼지고, 상점마다 트리를 장식해놓고 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선물을 들고 자랑하는 꼬마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와 추운 날씨에 손을 호호불며 다정하게 길을 걷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이 한 장의 정지된 화면처럼 머리에 떠오른다. 하지만 이러한 즐거움을 만끽하지도 못한 채 몇 몇의 젊은이들이 런던의 톨링턴 파크에 위치한 데카 스튜디오에 모였다. 영국 포크록에 또하나의 획을 그을 명반 Parlour Band의 「Is A Friend?」의 녹음이 시작된 것이다.
69년 World Of Oz의 동명타이틀 앨범. 71년 Whistler의 「Ho Hum」, 72년 Mellow Candle의 「Swaddling Songs」.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이는 굴직굴직한 포크록 작품들을 배출해 낸 영국 굴지의 레코드 회사 Decca의 프로그레시브 전문 레이블 Deram은 독특한 자켓 아트웍과 그 뛰어난 작품군으로 더욱 인기가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위의 그룹들이 짧은 일생으로 마감했고, 그러한 이유로 그들에 대한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Parlour Band의 「Is A Friend?」 역시 같은 공통점을 가진다. Mellow Candle의 「Swaddling Songs」. Whistler의 「Ho Hum」의 국내발매라는 쾌거에 이은 Parlour Band의 「Is A Friend?」의 발매. 앞으로 Deram의 또하나의 걸작 World Of Oz의 앨범을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Parlour Band의 Is A Friend? 간결하면서도 산뜻한 이미지를 담고있는 아름다움을 앨범 커버에 담아 트레이드 마크로 하고 있는 Deram 레이블의 특징은 이 앨범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하얀, 하지만 새하얗지는 않은 커버에 멀릴 보이는 산을 표현한 듯 하기도 하고 물새가 그어버리고 날아간 물살을 표현한 듯하기도 한 남색의 흔적, 거기에 담겨져 있는 그룹의 사진과 각 멤버들의 얼굴들이 낙엽이 다 떨어지고 난 후의 쓸쓸한 거리를 생각나게 한다. 이 앨범은 다른 여러 포크록 음반들과는 분명히 그 궤를 달리한다. Mellow Candle이나 Tudor Lodge같은 상큼한 맛도 없고, Spirogyra나 Spriguns의 긴장감있는 바이얼린도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에 하몬드 올갠이 강한 톤으로 사용되었고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도 하드한 면이 엿보인다. 하지만 수수한 분위기와 코러스의 동원, 어쿠스틱 기타의 음향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 포크록적인 분위기를 풍겨주고 있다. 청자들도 이 음반이 다른 포크록 음반들과 어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음악감상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룹의 리더라고 볼 수 있는 Peter Filleul의 강력한 하몬드 올갠으로 시작하는 첫 번째 곡 (Forgotten Dreams)는 청자로 하여금 과연 이 앨범이 포크록 앨범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곡이다. 화려한 올갠이 주를 이루면서 시종일관 강렬한 사운드로 일관하고 있는 이 곡은 Parlour Band를 다른 포크록 그룹과 구별지어주는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3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비해 뒷부분의 반복되는 부분이 지나치게 길게 책정되어 약간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앨범 전체를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두 번째 곡 (Pretty Haired Girl). 첫 번째 곡과는 달리, 이래서 이 음반이 포크록으로 구분되는구나! 라고 느끼게 하는 강렬한 포크록 넘버로 신선한 기타소리와 보컬이 깨끗한 느낌을 주고 있다. 종반부의 기타솔로와 드럼파트가 멋진 조화를 이루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접속곡의 형태로 등장하는 세 번째 곡 (Spring's Sweet Comfort)는 마지못해 물러서는 겨울을 표현하듯 으스스한 분위기로 시작하면서 이내 찾아온 봄의 나른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목소리와 이를 깨우기 위한 청명한 기타소리가 우리의 귀를 자극하고 있다. 멤버들의 코러스가 이루어내는 아름다움이 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봄을 재촉하고 있다.
Parlour Band의 사우드는 세련되지 못한 반면 거칠고 강렬하다. 바로 그것이 매력이다. 거기다 Jerry Robins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참여하는 보컬파트의 뛰어난 코러스가 자칫하면 거친 사운드로만 흐를 수 있는 위협을 상쇄시키고 있다. 이러한 특성인 잘 나타나 있는 네 번째 곡 (Early Morning Eyes)와 반복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Follow Me)를 뒤로 하면서.
테잎을 거꾸로 돌리는 음향효과를 사용해 괴기스런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는 여섯 번째 곡 (Evening)은 드럼파트가 하드록적인 요소를 강조하고 있는 매우 뛰어난 곡이다. 여성적인 분위기의 보컬을 들려준 Peter와 달리 기타를 담당하고 있는 허스키한 목소리의 주인공 Pix가 리드보컬을 맡아주고 있어 박진감있는 곡 분위기가 더욱 살아나고 있다. 제목만큼이나 부드럽고 차분하겔 흐르는 기타와 올갠, Peter의 보컬이 잘 어우러지고 있는 (Don't Be Sad). 슬퍼하지 말고, 행복해라. 요즘처럼 하루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세상. 여러분은 행복할 자신이 있습니까?
울적한 기분을 벗어버리고 Pix의 와우와우 깁슨 기타갈 제 멋을 한껏 뽐내며 우리를 몽롱한 분위기로 인도하고 있는 (Little Goldie)와 아홉번째 곡 (To Happiness)가 역시 이들의 장기인 코러스를 대동하고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마지막 곡 (Home)은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답게 이 앨범에서 가장 뛰어난 곡이다. Once More Loneliness, Fortress, Home의 3부작으로 구성된 곡으로 추운 겨울 모든 것이 얼어버린 세상, 따뜻한 기타소리와 잔잔한 올갠 소리가 그것을 모두 녹여 버릴 듯 따뜻하게 들리고 멤버들의 외침이 추위를 뚫고 나오려는 듯 아련하다. 도시에 거리가 있고, 그 거리에 집이 있다. 집 안에는 방이 있고 그방에 여자가 앉아있다. 외로움에 가득찬 사람들의 마지막 요새는 결국 가정이다. 경쾌하고 강하게 전개되는 2부 Fortress가 이러한 분위기를 잘 전달해 주고 있으며, 이 앨범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인 마지막 2분 30초 가량을 포함하고 있는 3부 Home은 앨범의 제목인 'Is A Friend?'에 대한 답을 알려주고 있다. 갈매기 소리와 파도소리에 묻혀 음악은 사라지고 이제는 행복해지는 일만 남았다.
개인적으로 이 음반은 다른 포크록 음반들에 비해 귀에 익숙해지는데 꽤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물론 지금은 왜 그랬을까 할 정도로 좋아하는 앨범이긴 하지만 말이다. 빨리 달구어진 쇠가 쉬 식는다는 옛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 작품은 들으면 들을수록 감칠맛과 영국적인 멋을 풍기고 있다. 쉽게 들어왔다가 쉽게 잊혀지는 인기 위주의 곡들이 판치는 세상에 이런 음반을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음반들이 국내시장에 더 많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맺는다.
글/맹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