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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550
마음풍경
추천 수 : 0 / 0
조회 수 : 6585
2010.05.17 (17:31:23)
Ratings: 
 
ARTIST:  Marillion 
ALBUM TITLE:  Brave 
YEAR:  1994 
COUNTRY:  U.K. 
GENRE:  Neo-Prog 
LABEL:  EMI 
TRACKS:  1. Bridge (2:52)
2. Living with the big lie (6:46)
3. Run away (4:40)
4. Godbye to all that (12:26)
5. Hard as love (6:41)
6. The hollow man (4:08)
7. Alone again into the lap of luxury (8:12)
8. Paper lies (5:49)
9. Brave (7:54)
10. The great escape (6:29)
11. Made again (5:01) 
MUSICIANS:  - Steve Hogarth / vocals, keyboards, percussion
- Mark Kelly / keyboards
- Ian Mosley / drums
- Steve Rothery / guitars
- Pete Trewavas / basses

With:
- Tony Halligan / Uillean pipes
- The Liverpool Philharmonic / cellos and flutes
- Darryl Way / Orchestral arrangements 
원본출처:  http://koreanrock.com/wiki.pl?Marillion 

등록자 : 김현철[mpkhc@hitel.net] 등록일 : 1999/03/26 조회수 : 246 추천수 : 0 [추천하기]

음악 듣는 사람들을 만나면 난 언제나 마릴리온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 들어보셨어요? 어떤 앨범 들어보셨어요? 어땠어요?
"그냥 뭐 괜찮았어요." "걔네 완전 제네시스야."
대부분 이런식의 아쉽거나 혹은 거만한 마무리를 한다.
이런 이유로 마릴리온 얘기를 하면서 질문이 4개를 넘어가 본적이 없다.

필자가 인터넷으로 교류하는 리스본의 누노라는 사람이 있다. 그또한 마릴리온의 열성팬이다. 마릴리온을 들은지 15년이 넘었지만 아무리 다른 음악을 들어보아도 그들만큼의 "좋음"을 느끼지 못한다며 그럴수록 더더욱 마릴리온의 음악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록 몇분의 짧은 음악일지라도 매우 다양한 느낌들을 자아냅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맛이나는 격이지요. 음.. 이들의 음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감정의 탐닉"이라 할수 있을꺼에요.

전원적인 영화의 느낌처럼 아련한 정경의 심상이나 로맨틱하고 세련된 연애의 감정 삶에 대한 진지한 숙고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이나 음악을 하는 사람은 참으로 까다롭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고 느끼고 끄집어 내고 그만큼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예민해지는 것이다.
얼마전 조용필씨 부인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기자가 묻기를 "남편이 까다로워서 불편하지 않은가요?" 그녀가 대답하길 "음악하는 사람이 까다로운건 당연한거 아닌가요?" 정말 뭘 아는 여자가 아닐 수 없다.

그 모든 까다로움을 철저하게 감성적인 부분에 투자하는 인간들이 바로 마릴리온이다. 그렇다고 뉴에이지 마냥 호수가 아름다워라 햇살이 아름다워라 팔자 늘어진 감성파도 아니고 지극히 현실적인 가운대 느껴지는 섬세한 관조의 느낌이다.

소개드리는 그들의 94년 앨범 BRAVE는 그러한 그들의 성향이 마음껏 발휘된 명작이다. 앨범 발표직전 멤버들은 인터뷰를 통해 "이것은 마릴리온 최고의 앨범이다." 라며 덤덤한 자신감을 밝히기도 했는데 그것을 증명하는지 앨범의 부클릿에는 아래의 노트가 적혀있다.

"If we forgot to mention YOU remember it took eight months to write and seven months to record this album and we're all burnt out so please don't take it personally."

사실 이미 그 이전인 85년에도 MISPLACED CHILDHOOD 라는 완벽한 앨범이 있었지만 그와는 또다른 최고의 작품인셈이다.

연주에 관해서는 일단 기타리스트 스티브 로더리에게 집중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유럽쪽에서는 최고의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에지의 깔짝이에 이새끼가 최고야 하신 분이라면 아마 스티브 로더리의 연주엔 그냥 쓰러질 것이다. 예민하게 들어맞는 톤감각이나 능란한이펙터 운용능력, 차분한듯 날이 서있는 특유의 뉘앙스는 어디를 보나 완벽주의 그 자체다. 보컬 스티브 호거스의 한대 때리면 울거같은 너무도 연약한 감수성보컬 또한 압권이다. 테크닉으로 치자면 드림 씨어터가 더 나을테지만 걔네가 바다를 보이게 하고 저 안에 감춰둔 깊은 우울을 끄집어낼 수는 없을꺼같다. 전임보컬 피쉬의 느낌이 독선적이며 예민한 터프함이었다면 본작에서의 스티브 호거스는 슬픔과 기쁨을 교차하는 한 아름다운 여인에 비교할 수 있다. 외에 다른 연주자들 또한 적어도 표현력이라는측면에 있어서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으며 악곡에 있어서도 빈틈없는 편곡이랄지 음향적으로 개방적이며 공간감이 확연한 대역별 밸런스는 음악의 성격에 부합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특히나 앨범 종반부 the great escape에서 펼쳐지는 자유의지의 극적반전은 그 완벽한 악곡과 맞물려 청자로 하여금 벅찬 환희의 감동을 전해주는데 그것은 여타의 밴드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감정의 언어-음악

위에 동의하는 애호가라면 반드시 들어보기를 권한다. 여러가지로, 지금까지 음악 들으면서 가장 완벽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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