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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8981
2009.12.12 (19:22:21)
Ratings: 
 
ARTIST:  Pastoral 
ALBUM TITLE:  Atrapados en el Cielo 
YEAR:  1977 
COUNTRY:  Argentina 
GENRE:  Folk Prog 
LABEL:  M2U 
TRACKS:  1. Atrapados En El Cielo
2. El Dueno De Los Munecos
3. Gime Nenita
4. Tal Vez Tambien Tenga Nombre
5. Dama Antigua
6. Asi De Simple
7. Elida
8. Hermana Realidad
9. El Espacio Es De Las Aves 
MUSICIANS:   
원본출처:   

타이틀곡인 첫곡 Atrapados En El Cielo를 듣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리는 Erausquin과 De Michele의 푸근한 목소리에 사로잡히게 된다. 마치 흑마술에 걸린 동화 속의 공주처럼 정신을 잃고, 그저 그 목소리에 모든 판단은 잠시 유보된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히 갈리는 그런 타입의 목소리가 아니라, 듣는 즉시 누구나 공감하는 그런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목소리다. 때론 보송보송한 느낌도 들고, 어떤 부분에선 찰진 목소리가 착용감이 뛰어난 스타킹처럼 귓가에 쩍쩍 달라붙는다. 'Captured in the sky'정도로 영역될 이 곡은 아르헨티나의 독재시절을 은유한다는 상징적인 앨범자켓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 트랙에서 자주 플레이 버튼을 누르게 된다.
이 곡의 가사를 살펴보면, Luis라는 다소 애매 모호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는 거짓 천재의 위대한 감시자이자, 지적인 순교자로 묘사된다. 하늘에서 살기 위해서 혹은 죽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 인물인데, 이 들의 5집 'De Michele-Erausquin(1979)'에 실려있는 Aqui Luis(Here Luis)라는 곡(국내에서 무척 사랑 받았던 곡이다)에도 등장한다.
두 번째 트랙 El Dueno De Los (The owner of the dolls)는 스코트랜드의 민속음악풍의 연주가 나름대로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시종일관 깨끗하고 조용한 보컬이 나긋나긋하게 멜로디와 조화를 이룬다. 이 곡과 일곱 번째 트랙은 Erausquin과 De Michele이 함께 작곡했다.
세 번째 곡 Gime Nenita는 마치 기타와의 교감을 위한 곡처럼, 하나의 목소리와 하나의 기타소리가 엷게 포개진다. 후음이 이따금씩 섞여 나오는 Erausquin의 애잔한 목소리에는 온기가 있으며 때로는 육감적이라는 생각까지도 든다. '네니타를 애도하며'라는 제목에 걸맞게 구슬픈 느낌이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처럼 번져간다. '그대의 향기가 영원히 머무르도록 매일밤 그대를 반짝이게 하고 싶소.'라는 가사는 이 곡이 감미로운 발라드임을 다시한번 상기시킨다. 기타와 사람의 목소리가 어떻게 아름다움으로 치환되는가를 보여주는 트랙.
풍부한 양감이 느껴지는 현악기와 함께 시작하는 네 번째 곡 Tal Vez Tambien Tenga Nombre (Maybe also he has name)는 서로 비슷한 것들이 많아 오래들으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포크 음악의 단점을 일시에 배제시킨다.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아코디언 연주, 탄력넘치는 바이얼린 연주등이 적당히 어우러진 곡으로 4분정도의 짧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가감없는 충일감을 선사해 준다.
다섯 번째 곡 Triste Y Antigua Dama(Sad and Old lady)는 듣고 있자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Erausqin과 De Michele이 만들어내는 하모니와 잔잔한 멜로디는 어느새 눈 앞에 양지바른 풍경과 구불구불한 시골 길을 놓아준다. 후기 인상파의 점묘화를 연상시키는 밝고 따뜻한 느낌이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줄곧 따라 다닌다. 곡의 후반부에 틈입하는 하모니카 연주도 곡의 이음새를 더욱 자연스럽고 소탈하게 엮어주고 있는 듯.
Asi De Simple (As simple)은 마치 가우쵸(아르헨티나의 카우보이)들이 하루 일과를 끝내고, 와인과 아사도(Asado-아르헨티나식 바베큐)따위로 저녀식사를 한 후 함께 춤추며 부를 것만 같은 흥겨운 곡이다. 풀륫, 탬버린, 정감어린 바이얼린등이 서로 어울리며 다정다감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Tema de Elida (Theme of Elida)는 유려한 건반터치와 들뜬 듯한 멜로디가 상큼한 느낌을 주는 트랙이다. 우-라랄랄랄라-하고 정겹게 스켓을 넣는 부분에선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들석거리며 박수를 치게 된다. 피아노 소리는 사뿐사뿐 뛰어 다니며 곡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La Realidad Es Mi Hermana (The reality is my sister)는 섹서폰의 음색이 짙게 채색되어 있는 곡으로 찰랑거리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 부드럽게 속삭이는 보컬이 신비한 느낌을 준다. 귓가에 음의 여운이 파문처럼 잔잔하게 퍼지는 곡이다. 제목만큼이나 가사내용은 한편의 초현실주의 시(詩)처럼 난해하다.
마지막 트랙 El Espacio Es De Las Aves(The sky is for the birds)는 그 감미로움으로 어쩔수 없이 눈에 띄는 곡이다. 특히 까실까실한 기타리프가 곡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짚어 나가며 감칠맛을 내준다. 외면적 화려함은 없지만, 곡의 멜로디가 기분좋은 편안함과 아늑함, 따사로움 등으로 버무려져 있어서 듣고 나면, 전신욕 후에 마사지라도 한 것처럼 부드러운 이완감을 얻을 수 있다.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감촉이 느껴지는 피아노 연주 또한 이 곡의 치명적인 매력으로 작용한다. 흘러가는 곡에 그저 몸을 내 맡기고 싶을 정도다.
'떠오른 것은 반드시 떨어진다'는 의미 심장한 가사가 곡을 거듭해서 들을 수록 머릿속을 갈마든다. 앨범 타이틀 Atrapados En El Cielo (Captured in the sky)와 관련하여 첫 번째 트랙과 마지막 트랙을 '하늘'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곡으로 정한 것이 눈길을 끈다.
1977년 7월과 9월사이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브라질의 산파블로(San Pablo)를 오가며 녹음된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깨끗한 보컬과 애조띤 멜로디에 힘입어 불가사의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울컥하며 토해내는 격정적인 비장감이랄까, 탁트인 호방감은 느낄 수 없지만,(그걸 원한다면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들어야 할 것이다) 포크 특유의 투명함과 포근함이 유감없이 표현된 수작앨범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탱고음악과 영화음악의 귀재 피아졸라의 고향이자, 남미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의 고향 아르헨티나...... 이제 밴드 Pastoral의 고향으로 기억되어야 할 차례다.
-심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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