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록을 들으면서 지적 호기심이 많은 나로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로부터 각종 외국어등 전공공부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다가보면 세상에는 배워야 할 것도 너무 많고 시간은 모자라고 하여튼 음악을 통해 많은 것을 익힌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흥미롭다.
바스크 지방. 지난 92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기 전부터 신문 지상에 가끔 등장했던 곳이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경계에 있는 피레네 산맥을 중심으로 퍼져 사는 민족으로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 항상 독립하려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 수단이 주로 과격한 폭력을 동원하고 있어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바스크 족은 서유럽 최고(最古)의 민족으로 켈트족이 도래하기 전부터 이베리아 반도로 내려왔던 전통의 민족이다. 그래서 스페인과는 전혀 다른 언어, 문화,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자연히 그들 음악에 있어서도 확연히 구분되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스페인의 아트록은 주로 여러 레이블을 통해 발전했는데, Xoxoa 레이블은 바스크족의 아트록과 민속음악을 주로 발매하고 있으며, 이를통해 등장했던 주요 유명 그룹들로는 Itoiz, Itziar, Errobi, Enbor, Haizea등이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Itoiz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팀이었다. 80년 이들의 2집으로 공개된 "Ezekiel"은 커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원적인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일곱명의 멤버가 만든 이 앨범에는 바이올린, 플롯등 전통적인 어쿠스틱 악기와 색소폰의 재즈적인 터치가 기존의 스페니쉬 음악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감동의 홍콩 영화 가을날의 동화 라는 제목이 이 앨범이 썩 괜찮다는 기분이 든다. 늦가을의 서정이라고나 할까?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네 감각과는 언밸런스하기도 하지만 차례를 반복하면서 듣다보면 드냥 내 마음에 와 닿는 느낌이 좋아서 정이 가는 작품이다. 만날 수 없는 평행선, 협괘열차의 기적소리, 해후할 수 없는 잊혀진 연인 (다섯번째 곡에서 가녀린 여인의 보컬이 이런 상념에 잠기게 한다.), 늦가을의 서정, 하여튼 센치한 단어만 생각나는 작품이다.
(글 : 이춘식) - 1980년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