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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프립의 인터뷰가 삽입되어 있는 한 비디오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어느날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놀라운 너무나도 놀라운 사운드가 나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것은 ‘Sgt, Pepers' Lonely Heart Club Band'였지요.”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그 역시 이에 못지 않을 만큼 놀라운 음악을 만들어내었다. 바로 ’1st Century Schizoid Man'이었다. 만약 킹 크림즌의 데뷔 앨범인 [In The Court of Crimson]을 최초의 완벽한 프로그레시브 록 사운드가 될 것이다. ‘Sgt. Pepers...'에 프립 선생 같은 분도 그렇게 놀랐다니, 그보다 더 과격한 곡이었던 ’21st Century...'에 대한 당시 일반 대중의 반응은 어느 정도였을까? 아마도 그것은 ‘경이’ 그 자체였지 않았을까? 금속성으로 가득한 기타와 보컬, 전위 음악을 방불케하는 임프로비제이션. 록 음악이 비로서 ‘모던’의 시기로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바로 이 명곡이 다섯 개 버전으로 나뉘어 담겨있는 미니 앨범이 발표되었다. 첫 트랙은 원곡보다 대략 2분 정도 짧은 편집판으로 오리지널 버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두 번째는 앨범에 실린 오리지날 버전, 세 번째는 1969년 라이브 실황으로 제 1기 멤버들이 연주하고 있으며, 그렉 레이크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네 번째 보즈 버렐이 보컬을 담당했던 1972년 라이브로, [Earthbound]에 담긴 것과 동일한 것이다. 멜콜린스의 거친 색소폰 연주가 특히 인상적이다. 마지막은 빌 브로포드와 데이빗 크로스 그리고 존 웨튼이 참가한 1974년 라이브 연주이다.

지금껏 수많은 ‘21 Century...'라이브 연주를 들어보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다섯째 트랙으로 실린 연주가 가장 명연이라 생각이 든다. 연주 장소와 일자는 [USA]의 것과 동일하지만, 아무리 들어보아도 [USA]에 실린 것과는 다른 연주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크림즌 매니아라면 이 한곡만으로도 소장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앨범이다.

글:전정기(A.R.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