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의 음악 - 사이키델릭
[이종헌, frost@hitel.net, 93.4]
몽환의 음악 - 사이키델릭
1.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모든 문화적 현상들이 그렇듯이 팝음악은 각 장르 마다 자 신만의 독특한 특색과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시대상황과 그 시대를 풍미했던 정신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 는 것 중의 하나가 팝음악 일 것입니다.
팝음악에 있어서 장르를 구분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 론 사운드일 것입니다. 악기의 구성, 연주방식, 연주효과, 창법 따위들이 그 음악을 구분짓는 기본적 잣대일 것이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그 음악을 하는 연주인의 정신, 사상, 메세지가 담겨있는 가사라고 생각됩니다.
가사이외에도 연주인의 사상이나 음악의 주제를 말해주는 중요한 단서는, 음악의 주제를 함축해서 보여주는 앨범의 자 켓등이 있을 것이고, 연주인의 복장등도 그 연주인이 어 느 장르에 속해있는지 말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많은 음악들 중에서도 그 음악만큼이나 특색있고 강렬한 주제를 다룬다고 보아지는 헤비메탈같은 경우 섹스, 폭력, 신비주의(악마숭배)가 음악의 모티브가 된다면, 프로그래시 브 의 경우는 우주, 신화-전설, 종교, 철학 등을 주로 다룬 다 하겠습니다.
주제면에서 보자면, 사이키델릭이라 했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마약과 그로부터 일어나는 환각이 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마약과 결부된 환상만이 결코 사이키델릭의 모든 모습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나중에는 마약과는 별관계 가 없이 감각적인 면을 자극해 즐거움을 주는 음악으로 변 모해감- 이들은 공연에서도 환각적인 장면을 연출해내기 위 하여 시각적인 효과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사이키델릭 그룹들은 공연에서 그저 듣는 음악 보다는 청중들 이 눈으로 보고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조명에 많은 관심을 가 져서 색채감있고 현란한 조명을 써왔습니다.
이러한 60년대 중순, 말부터 70년대 초엽에 나타났던 사이 키델릭은 점차 헤비메탈, 프로그래시브, 등으로 장르 이동이 이루어집니다. 펑크락이 비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인 면으로 인 해 비난을 받으며 자연소멸해가면서 뉴웨이브로 발전되어 나 갔듯이 사이키델릭도 이런 변화를 격게 되는 것이죠.
이제는 사라져버린 사이키델릭 음악을 한번쯤 되돌아 본다 는 의미에서 이 글을 써봅니다. 이글은 월간팝송 1985년 7월 호를 그 주택스트로 하여 팝스타인명사전등과 나름의 도서를 참고해서 작성합니다.
이미 음악감상의 왕고참인분들에게는 다 알고있는 지루한 사실들의 나열이 될지도 모르지만 현재 새롭게 사이키델릭이 나 프로그래시브를 들으시는 분들에게만이더라도 아주 약간 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하 본문 높임말 생략-
2. 열정과 히피의 문화 - 사이키델릭
1)사이키텔릭의 어원
원래 사이키라는 단어는 'Psyche'로서 그리이스 로마 신 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 큐핏이 사랑한 가장 아름다운 소녀의 이름으로 아름답고 환상적인 것을 뜻하는 단어다. 이러한 뜻 은 차츰 '환각을 일으키는 전율'이라는 의미를 갖는 말로 바 껴지게 된다.
acid rock이나 보다 직설적으로 drug rock 등이 사이키델릭 -Psychedelic-뮤직을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이다.
LSD는 다른 마약들과는 달리 심한 부작용없이 커다란 환각 을 불러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LSD의 강한 환각 효과를, 미국의 의학박사인 Humphrey가 지칭하면서 '마음을 팽창시키는-mind expanding- 의 의미로 사이키델릭을 처음 의학용어로 사용했다고 한다.
LSD 의 정확한 명칭은 LSD 25 이다. 이것은 쌀이나 보리 따 위의 맥각에서 추출한 환각제인데 25가 가리키는 뜻은 호프 만이 합성한 약용 맥각의 염기성 분자의 일련의 화학 반응에 서 25번째로 산출 되었음을 뜻한다고 한다. 60년대 초 미국 인들에게 이 마약은 널리 퍼졌다. 이 LSD의 가장 큰 낙원은 샌프란시스코였다.
LSD 의 효과는 본질적으로 시각적인 것이라고 한다. 이 환 각은 색깔의 파열, 물체의 변형,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괴물 의 출현, 에로틱한 공상이 주를 이루면서 휘황찬란한 조명등 이 뒷받침이 되어 더욱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마약적인 몽환, 마약의 파티등이 사이키텔릭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깊은 함수관계가 있다.
2)사이키델릭이란 어떤 음악인가
사이키델릭 음악의 특징은 무엇인가. 사이키델릭을 몇마디 말로써 정의 내리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 으로 사이키델릭 음악은 보통 이런 음악을 가리킨다.
.첫째, 전율이나 환각상태를 느끼게 하고 유도하는 음악이 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사이키델릭은 어떤 기존 장르처럼 뚜렷한 구분점들 보다는 히피문화의 특성 그대로 자유분방한 형식을 추구한다.
.둘째, 듣고 즐기면서 춤추는 음악이라기 보다는 감상과 연 주 자체의 즐거움을 두는 음악이다. 댄스뮤직이나 로커빌리 처럼 흥겹고 모두가 언제어디서나 자유롭게 머리속에서 떠 올려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역량과 라이브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음악인 것이다.
.셋째, 라이브에서 색채감있는 현란한 조명이 큰 역활을 하 게 된다. 환각의 가장 큰 특징이 시각적인 효과에서 유발된 다는 것을 연관지어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3)사이키델릭의 시작
제일 처음 사이키델릭 스타일을 음악에 도입한 그룹은 The- Thirteenth Floor Elevator 와 Charlatans 를 꼽을 수 있다 하는데 이들은 모두 1966년에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시기적으로는 Charlatans가 조금 먼저였다고 하나 레코드사 에서의 거부로 인해 발매되지 못하고 13th FLoor Elevator 의 'The Psychedelic sound of'가 먼저 나오게 되는데, 이 앨범은 진정한 의미로서 사상최초의 사이키텔릭 앨범으로 기 록되고 있다.
프로그래시브주자들이 자신들을 자칭하여 프로그래시브주자 라고 불렀던 것처럼 사이키델릭 역시 자신들의 음악을 사이 키델릭이라고 불렀던 것을 여기서 발견할 수 있다.
또한 Charlatans 의 경우도 가사에 drug 가 있었기 때문에 레코드 회사로부터 거절당했다고 하는데, 약간 모순된 점은 이들이 마약을 상용하면 안된다는 경고문을 가사에 삽입하였 을 뿐이라는 점이다. Charlatans 는 'The Charlatans'라는 단한장의 앨범을 1966년에 발표하고는 단명하고 만다.
그 뒤를 이어 우리가 잘 아는 Doors, Jefferson Airplane, The Grateful Dead, 등이 나타난다. 이들의 음악은 포크, 블 르스, 비트, 로큰롤 등 여러가지 음악을 혼합한 형태였고 악 기도 시타, 데어민스, 윈드침스 등 각국의 다양하고 특별한 것들을 사용하곤 했으며 곡의 길이도 그때까지 나왔던 어느 곡들보다 길고 실험적이었다. 이들의 음악은 이 음악을 좋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들으면 지루하고 짜증날 정도로 각 맴버 의 기량을 뽑내는 듯한 솔로플래이가 삽입되거나 라이브 같 은 경우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항상 떠돌곤 해서 The Gratef- ul Dead 같은 경우는 30분씩이나 연주도 아닌 조율을 하곤 했다고 전해지는 것을 기억한다.
이 히피문화의 한 소산물, 내지는 히피정신을 이끌었던 사 이키델릭은 각종 음악잡지등에 의해서 규정되어 지고 차차 하나의 장르로서 독립, 자리잡아 갔고 기존의 음악을 하던 밴드들도 이러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60년대 후반의 Led Zeppelin, Buffalo Springfield 도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분 류되는 경우도 있으며 비틀즈와 롤링스톤즈 역시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구사할 정도로 사이키델릭은 크게 확산되었다.
또한 광범위한 시야로써 사이키델릭을 보아 하나의 사이키 델리즘을 이야기 할때는 야드버즈나 밥 딜런, 더 후, 지미핸 드릭스 등의 앨범을 그 범주에 넣기도 하며 그것은 타탕한 분류라고 보아진다.
4)사이키델릭의 분류
사이키델릭은 여러방법으로 나누어질 수 있지만 보통은 지 역적으로 나눈 것이 보통이다.
a. 센프란시스코 사운드
사이키델릭 밴드들이 가장 많이 모이고 히피문화의 중심지 는 센프란시스코였다. 이 시기 CCR 등을 제외하고는 죄다 사 이키델릭밴드로 분류될 정도로 60년대 후반과 70년 초엽의 센프란시스코는 사이키델릭의 천국이었다. 좁은 의미로 센프 란시스코 락을 사이키델릭락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 사이키의 메카에서 1960년대 중반 사회적으로 프로테스 트운동-평화운동-이 그 열을 더해가면서 하나 둘 발생하기 시작한 사이키텔릭 밴드들은, Charlatans, Grateful Dead, Jefferson Airplane, Country Joe & the Fish 등이 있고 이 들은 이 음악의 선두주자였다. 이들과 함께 Quicksilver Me- ssenger Service-줄여서 퀵실버 라고 부르기도 한다- Janis Joplin, It's A Beautiful Day, Eric Burdon & Animals, St- eve Miller Band, 등이 인기를 얻는다.
이 이외에 제 2세대 사이키델릭 밴드라 일컬어 지는 Morn- ing, 헤비메탈적 사이키델릭을 들려주었던 Earthquake 등이 있다.
b. 웨스트 코스트 사운드
60년대 중반부터 일어났던 샌프란시스코의 사이키델리즘은, 밥 딜런등의 영향을 받고 LA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포크락과 함께 여러실험적인 음악을 하던 밴드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다.
Byrds, Mamas & Papas, Turles, Buffalo Springfield, Cro- sby Stills Nash & Young, 같은 포크뮤지션들도 사운드 면에 있어서는 포크였는지 몰라도 가사적인 면에 있어서는 사이키 델리즘의 영향이 보여진다고 하겠다.
실지로 Kaleidoscope 같은 그룹은 포크에다가 사이키델릭을 혼합한 음악을 했다.
그런데 이때 센프란시스코 사이키델릭 보다도 더 진보적이 고 혁신적인 음악을 들려주었던 음악가들이 나타나는데 그중 의 하나가 정열적 삶 그 자체가 바로 사이키델릭이었던 짐 모리슨이 이끄는 그 유명한 Doors 였다.
사이키델릭 사상 가장 성공한 앨범으로 손꼽히는 Iron But- terfly는 'In- A- Gadda- Da- Vida'를 발표해서 헤비메탈의 형성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Spirit, Seeds, Canned Hea t, Love, 등이 대표적 밴드로 손꼽힌다.
c. 미국의 그 외 지역
13th Floor Elevators를 배출한 택사스주에서는 Golden Da- wn, ? and the My sterians, Moving Skdewalk 등이 있었다.
뉴욕에는 Velvet Undergroud, (Al Kooper with)Blues Proj- ect, Vanilla Fudge, Silver Apple, Sagittarius, 등이 있었 다.
d. 영국 사이키델릭
영국이 미국에게서 도입한 최초의 음악적 양식이라면 바로 사이키델릭일 것이다. 하지만 사이키델릭이 미국의 것이긴 했지만 영국은 영국 나름대로 사이키델릭을 발전시켰다.
아무래도 영국의 사이키델릭의 효시를 말하는데는 모두들 비틀즈를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듯하다. 비틀즈는 'Serge- ant Pepper'을 발표하고, 롤링스톤즈는 'Their Satanic Maj- esties'를 발표한다.
포크락 뮤지션 도노반도 사이키델리즘에 심취한 가사를 보 여주곤 했으며 Traffic 도 도노반 같은 취향의 가사에다가 사이키델릭적인 리듬의 곡들로 인기를 얻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시기에 프로그래시브계의 거물 Pink Fl o-yd 가 실험적이며 사이키한 음악을 들려주었다는 것이다.
후에 프로그래시브로 전환하게 되지만 Syd Barret 이 리드하 던 시절에는 이들은 영국사이키델릭의 최고봉으로 우뚝 선 다.
미국에서는 영국보다 그다지 큰 인기를 받지 못하던 지미핸 드릭스도 영국밴드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Soft Machi- ne, Hawkwind, ELO의 모체인 Move 등도 영국 사이키델릭 밴 드들이다.
3. 맺는 말.
1967년은 월남전으로 전쟁 당사자인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 계가 혼란을 격었던 시기였습니다. 이때 이러한 시대적 배경 때문이었는지 바블검 사운드라고 불리는 기존의 음악보다 더 욱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악이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보다 실 험적이고 진보적인 음악들이 이시기에 태동되기도 하였습니 다.
보통 이 시절은 사이키델릭의 시대라고 불리워지는데 영국 에서는 또달리 이러한 경향의 음악들을 언더그라운드 뮤직이 라고 불렀습니다.
사이키델릭락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비틀즈의 최 고걸작,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앨범은 그 전까지의 싱글취향 음악에서 탈피, 앨범하나가 어떤 개념을 가진 컨셉트 앨범인데, 이것의 영향으로 싱글보다는 앨범위 주의 음악을 하는 그룹들이 속속 등장하게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들 사이키델릭 음악을 추구하던 뮤지션들 중에 Doors, Vanilla Fudge, Iron Butterfly, Jimi Hendrix 등은 잘 아시는 바대로 헤비메탈의 효시가 됩니다.
사이키델릭은 이처럼 헤비메탈과 펑크,프로그래시브의 완전 한 뿌리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그러한 음악들이 형성 되는데 있어 하나의 독특하고 중요한 고리 역활을 해왔다고 생각됩니다.
사이키델릭이 비록 마약복용 등의 어두운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러한 반사회적(?)인 이유 때문에 비난만 받 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이키델릭 뮤지션들은 기존음악 질서에 판도를 바꾸었으며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 고 과감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했던 것입니다.
대중에 이끌려서 인기에 영합해 대중추수적인 모습을 보였 던것이 아니라 몽매한 대중을 이끌어갔던 전위가 바로 이들 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아주 자주 팝음악에 대한 비난을 듣게됩니다. 특히 가장 많이 비난의 표적이 되는 헤비메탈적의 경우 폭력적이 고 음란하며 악마적이어서 저질음악이다, 라는 기성세대들의 비난에, 어떤 메니어들은 '그건 그렇지만 음악만을 좋아할 뿐이다, 그런건 비본질적이다' 라고 말들을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건 진정한 메니어 정신(?)이 아니라고 보아집니다.
우리는 단순한 음악 자체와 함께 음악을 구성하는 그 모든 요소를 동시에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단순히 악기의 연주와 노래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 닐 것입니다. 우리는, 전통을 거부하는 강한 실험적인 시도 와 함께,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평범하지 않고 도전적 이고 불같은 삶을 살아갔던 음악가들의 삶에도 매료당합니다.
우리는 연주자가 들려주는 음악과 함께 그들이 추구한 자유 분방하고 환상적인 사상에 같이 동감할 수 있습니다.
전 몇주전 이름마저 사이키델릭 그 자체인 스위트 스모크의 'Just A Poke' 앨범을 구입하였습니다. 앨범 전체가 16분이 넘는 두 대곡으로 채워져 있는 이 앨범을 들으며 전 또다시 황홀한 음악적 삼매경에 빠졌더랬습니다. 라이센스로도 발매 되었다고 합니다.
사이키델릭과 프로그래시브를 사랑하시는 분들은 이 앨범을 절대 놓치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의 경우는 흔할때 놓쳐 버렸다가 나중에서야 뼈져린 후회를 한 경험이 아주 많습니 다.
그럼..여러분 안녕히~~